광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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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뉴욕」의 「타임·스퀘어」에는 높이 15m. 폭 18m의 거대한 「산토리·위스키」의 광고를 위한 「네온·사인」판이 걸려 있다.
「산토리·로열」의 큰 병이 명감하는 이 광고판에는 연예 안내 정보가 흐르고 있다.
「산토리·위스키」 바로 위에는 「소니」의 「네온·사인」이 걸려 있고 그 서쪽에는 「캐논·카메라」의 광고물이 걸려 있다.
동쪽에는 또 「파나소닉」 전기의 광고물이 달려 있다. 여기서는 『내일의 일기예보』를 알려주고 있다.
물론 광고료는 엄청나게 비싸다. 그러나 「타임·스퀘어」에는 1백50만 이상의 인파가 몰린다. 또 축제 때만 되면 「타임·스퀘어」의 광경이 「텔리비전」으로 전미에 방영된다. 당연히 「네온·사인」판도 찍힌다. 공짜로 광고되는 셈이다. 작년에 우리 나라 l백개 주요 기업들이 뿌린 광고비가 8백70억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와 비기면 별로 놀라운 숫자도 아니다.
기업에 따른 총매출액대 광고비의 비율은 한국이나 외국이나 비슷하다. 가장 광고비를 많이 쓰는게 화장품·약품·식품 등으로 9%가 넘는 것도 비슷하다.
광고 「미디어」를 대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가령 미국의 「텔리비전·프로」의 83%이상을 1백개 회사가 독점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에서 황금「아워」의 광고 1분 값이 무려 7천8백만원이나 되는 것이다.
한국 상품이 외국 시장에 파고들기 어려운 것도 이런데 까닭이 있기도 하다.
우리는 광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광고 없이는 상품을 팔 수가 없다. 따라서 작년에 비해 광고비의 비율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불경기와 관련되어 있다고 볼만도 하다.
물론 광고비를 얼마나 효과 있게 써왔느냐는 것도 문제다. 얼마나 양심 있는 광고를 했느냐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언젠가 인기 가수인 「팻·분」이 『네 딸을 비롯해서 온 식구가 이 훌륭한 약을 쓰고 있습니다』면서 어느 여드름약의 CM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이게 탈이 되어 그는 5천「달러」의 손해 배상을 물어야 했다. 그 여드름약이 사실은 엉터리였던 것이다.
미국의 광고 윤리에는 「추천의 말을 하는 사람은 그 분야의 전문가여야 하며 광고 상품을 검사한 다음이어야 한다』고 적혀있다.
「팻·분」은 여기에 저촉된 것이다. 「탤런트」의 인기를 이용해서 상품의 신용도를 부당하게 높이려는 경고』라고 미 연방 거래 위원회 (FTC)는 그때 밝혔다.
우리 나라에는 이런 단책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허위 광고와 과장 선전들이 예사로 「텔리비젼」과 신문 광고면을 메우고 있다.
광고비를 많이 쓰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쓸 수만 있다면 더 써도 좋다. 다만 얼마나 잘 쓰느냐는게 문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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