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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해진 범야 통합|신민 중앙 상무위 뜨거운 결전 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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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일 갑작스런 김대중씨의 입당거부 기자회견은 6일 밤 김씨의 단독결심에 의해 결정된 것 같다.
김씨는 기자회견 1시간전인 상오8시 신민당내의 김씨계 의원 및 재야 참모들과 서재에서 약1시간 동안 회의를 가졌는데 참석자는 송원영·이용희·노승환·이필선·김승목·정대철·조세형·허경만 의원과 조연하·이중재·유제연씨, 이문영 교수(고대) 등이었다.
김씨는 미리 준비된 회견내용을 읽은 뒤『오늘 중앙 상무위가 열리기 전에 발표한 것은 상무위 결과 여하에 불구하고 내 태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상무위원들이 토론을 거친 후에 내 태도를 밝히는 것은 토론을 무의미하게 하는 실례를 범하게 될 것이므로 미리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회견에는 이용희·최성우·김원기 의원과 유청·조연하씨 등이 배석했고 회견장이 비좁아 들어오지 못한 당원들을 위해 김씨의 비서가 정원에서 성명서를 대신 낭독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김씨계 의원들은 이날 하오 열리는 상위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상오11시에 서린「호텔」에서 다시 모였다.
김대중씨는 6일 윤보선씨를 안국동 자택으로 방문해 상오10시30분부터 1시간반 동안 요담했다.
김씨는 김영삼 총재와의 회담내용을 설명하고 시국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고 윤씨는『당권파가 정치적 결의를 지키지 않을 수 없으며 비 당권파가 임시 전당대회를 빨리 열자는 것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황희 정승 같은 얘기를 했다는 것.
그러나 김씨는 동교동에 찾아간 기자들에게『상무위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는 이미 어제 정무회의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상무위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재야인사들이 마치 청강생이나 되려는 것처럼 심사를 받고 들어가야 하느냐』고 불쾌감을 표시.
서린「호텔」에서 상무위 대책수립에 열중하던 김씨 측 의원들은 이 발언을 방송「뉴스」를 통해 듣고「숙연한 자세」(정대철 의원의 표현)였다.
김영삼 총재 측의 지지를 받고 중앙상위 의장에 출마한 이상신 의원은 김 총재의 개인사무실인「한국문제 연구소」를 본부로 하고 김 총재 측의 전 조직을 뒷받침으로 풍성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이 의원은 4, 5일 양일간 소속 국회의원 전원을 일일이 찾아가 사전 인사를 했고 또 과거「보스」인 신도환 전 최고위원을 만나 지지를 약속 받았고 신 의원을 동해 이철승 전 대표도 찾아가는 등 과거 비주류 포섭에 열을 올렸다.
하오3시쯤 김 총재가 본부에 들러 조직원과 상무위원들을 격려했고 최형우·김동영·김종기·김동욱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들은 응접실에 상주하며 상무위원 명단을 놓고 자신들이 맡은 도의원들의 도착 여부를 챙겼다.
당권파 득표 운동의「클라이맥스」는 단합대회. 이날 저녁 종로 한일관에서「신민당 수권전진의 밤」이라는 모임에는 상무위원 3백명 중 2백 여명이 참석해 기세를 올렸다.
모임에는 김 총재·이민우 부총재를 비롯, 현역의원 20여명이 참석.
김 총재 측은 이 의원 선거운용 외에도 김대중씨 계에서 당헌개정안을 상무 위에 발의 할 것에 대비해 박한상 사무총장 이름으로 당의 개정이 불가능한 이유를 열거한 유인물을 따로 마련했고 유한열 사무차장을 중심으로 7일 상오 지도위 소집을 준비, 지도위에서「상무위에서의 당헌개정발의 불가」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도록 작전을 세웠다.
특히 야간에 이탈자가 생기지 않도록 현역의원 15명을 광화문 미도장 여관에 투숙케 하고 제1반=한병채 이상민, 제2반=황낙주 김동영, 유한열, 제3반=최형우 김동욱, 제4반=박용만 김종기 박한상, 제5반=박일 박권흠 김현규 의원 등 5개 반을 편성해 밤9시부터 12시까지 여관을 순회하며 이 의원 지지와 정무회의 결의사항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였다.
한편 김 총재의 조직참모인 최형우 의원은『상무위원이 워낙 한정되어 있는 인원이라 표의 향방이 뚜렷하므로 그렇게 큰 표 차는 나지 않을 것』이라며 1백65대 1백35표 정도로 당권파 측이 승리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김대중씨쪽 의원들은 6일 낮12시와 저녁7시 두 차례에 걸쳐 서린「호텔」1401호에 합동. 박영록·송원영·이중재·고재청·노승환·이필선·김승목·김윤덕·정대철·조세형·김원기·허경만·조연하씨 등이 모였다.
송원영 의원은 정무회의서 수정안을 내고서도 그 안에, 부표를 던진데 대해『그 정도 정치적 합의를 봤으면 중앙 상무위에서 당헌개정을 완결지어야 하고 정 그렇지 못하다면 조기임시전당대회를 열어서 처리해야 한다는 게 우리 주장이기 때문』이라고 정당화하면서『따라서 우리로서는 정무회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중앙 상무위에서 또다시 절충안을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
이중재씨도『당헌 개정안은 발의를 정무회의나 중앙 상무위에서 하는 것인데 5일 정무회의의 의결은 발의를 위한 의결이 아니므로 당권파 당헌 개정안이 발의되는 중앙상위에서 얼마든지 반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 끝에 정대철 의원이 6일 밤 10시께 밝힌 대책논의의 결론은 △상무위에서 비당권파의 당헌개정안을 처리·통과시키기로 하고 △그렇게 되지 못하면 조속한 시일 안에 임시 전당대회를 소집해 통과시킨다는 것.
김대중 씨가 6일 하오『신민당 일에 관심 없다』며 갑자기 7일 회견을 예고하자 서린「호텔」에 모여있던 김씨계 의원들은 하오6시부터 자장3시간에 걸쳐 대책을 숙의.
송원영 의원은『신민당에서「재야가 어디 있느냐」「재야를 상무위원후보로 받겠다」는 등 연속적인 모독발언이 나온데 대한 종합적인 불만일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이중재씨는『김대중씨의 생각과 우리들의 운동과는 별개』라고 했다.
김대중씨계의 배후 지지를 기대하여 중도를 표방하고 중앙 상위의장에 나선 오세응 의원은 자신의 계보 사무실인 광화문「자주구락부」에 본부를 차리고 서린「호텔」에 자리잡은 김대중씨계 의원들의 측면지원을 받았다.
김씨계 의원들은 의식적으로 오 의원 본부에 나타나길 꺼려 낮 동안은 고작 고재청·정대철·김제만 의원만이 다녀갔고 상무위원도 주로 오 의원과 개인친분이 있는 50여명이 다녀갔다.
대성황을 이룬 이상신 의원 측의 한일관 모임과는 대조적으로 오 의원은 인근「광화문 불고기」집에서 40여명을 모아놓고 단합 대회를 가졌으며 인근 여관 한곳만을 잡아 상무위원 50여명 정도 투숙시켰다. 오 의원은 야간에 이 의원쪽 여관을 단신으로 돌며 각방을 찾아 개별 격파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겉으로 나타난 침체된 분위기와는 달리 오 의원은『지금분위기는 이렇지만 내일 표를 깨어보면 백중일 것』이라고 낙관하고『패배해도 아슬아슬하게 질 터이니 끝까지 뛰자』며 조직원들을 밤새 독려했다.
오 의원은「단일화 운동의 기수 오세응」이라는 인쇄물 등 4종류의 선전물을 준비하고「보스」인 조윤형 부총재의 후원을 받아 이씨 측의 표를 깨는데 주력했다.
재야「영입논란」은 그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연금해제 후 첫 기자회견이래 김대중 씨가『재야 영입 후 입당하겠다』고 신민당 복귀를 유보하자 김영삼 총재는『재야영입은 당헌에 따라 결정한다』고 맞섰다. 송원영 의원 등 김씨 지지파는 여기에 대해『재야 영입 폭을 36명으로 규정한 당헌을 고쳐 최소한 1백명 정도로 늘려야한다』고 공세를 취했고 김 총재는『특정인을 의한 당헌개정은 않겠다』고 막았다.
최근 중앙 상무위 날짜가 잡히자 김씨 측은『상무위원 1백명을 늘리는 당헌개정을 상무위에서 하자』고 요구했고 김 총재 측은『당의 골격에 관한 사항을 고치는 당헌 개정은 전당대회에서만 가능하다』고 꽁무니를 뺐다.
김씨 측 의원들은 계속『상무위원을 늘리는 것은 당의 골격사항이 아니다』고 해「골격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지난 4일 김 총재가 김씨와의 회담에서 당헌개정 문제에 관해『중앙위에서 정치적 결의를 한 후 전당대회서 우선 처리하겠다』고 전진적인 자세를 취하더니 5일 총재단 회의에서는『상무위원 1백명 증원요구는 받아들이되 중앙 상무위에선 발의만 하고 처리는 전당대회에서 한다』는 조윤형·이기택 부총재의 중도 절충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하오에 열린 정무회의에서 중재안은 표결에 붙여져 18명중 11명 찬성으로 채택됐는데 이 표결이 당권파와 비 당권파간의 1차 대결인 셈이다. 그 결과가 재석 18명중 찬성이 이민우·조윤형·이기택·박한상·황낙주·최형우·김은하·박일·박용만·홍영기 위원 등 11명. 김 총재는 기권. 반대는 묻질 않았다. <문창극·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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