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죄인들, 유병언에게 모든 책임 돌릴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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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회장의 시신이 순천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2일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 정문에서 신도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의 사망 확인 소식에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은 사고에 대한 책임과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봐 걱정했다.

 세월호 희생자 및 생존자 가족대책위의 유경근 대변인은 “중요한 피의자가 사망했으니 세월호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과 경찰이) 잡을 것이라고 큰소리쳤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며 “검경의 수사 결과도 이젠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실종 상태인 딸 허다연(17·안산단원고 2년)양을 기다리며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허흥환(51)씨는 “이제부터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죄지은 사람들은 두 다리 쭉 뻗고 잘 것 같다”며 “유병언이 잡히면 굴비 엮듯 쇠고랑 찰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현(17·단원고 2년)양의 어머니 신명섭(49)씨는 “이미 붙잡혀 재판을 받는 이준석 선장 같은 사람들 역시 전부 사망한 유병언 책임으로 돌리면 처벌하기가 곤란해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신원 확인에 40일이나 걸린 경찰의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반인 실종자 권재근(51)씨의 형 오복(60)씨는 “DNA로 신원이 확인되자마자 지문도 확인이 됐는데, 그 전까지 지문을 확인 못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게다가 (유 회장이) 숨어 있던 근처에서 시신이 나왔는데 도대체 경찰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단원고 양승진(58) 교사의 부인 유백형(54)씨는 “검찰이 순천 송치재 별장에 숨어 있는 유병언을 코앞에서 놓쳤을 때부터 미덥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젠 애초에 잡겠다는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종자 가족 대표 남경원(45)씨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유병언이 아니라 아들·딸·남편·부모를 찾는 것”이라며 “한시라도 빨리 실종자 모두를 찾아내기 위해 수색 작업은 차질 없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원고 남현철(17)군의 아버지다.

진도=권철암 기자,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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