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행로 엮은 "한국대학의 자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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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찌기「기독교민주주의·사회민주주의·교도민주주의」「모택동 사상」등 정치사상의 명저를 펴낸 정치학자로서, 그리고 고대 총장으로서 한국의 지적풍토를 형성하는데 기대한 영향을 미쳐온 저자가 지난 10년 동안에 발표한 학술강연문, 각종 기념식전에서 행한 식사, 신문에서의 대담기록 등을 다시 모아서 엮은 책이다.
70년대의 10년은 경제발전을 비롯하여 남북회담 등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시기이긴 하지만, 바로 그 70년9월에 고대총장에 취임한 저자는 항거와 통제가 소용돌이치는 속에서 영재를 키워 내고 한국 지성이 걸어야 할 바른 길을 밝혀줄 무거운 책임을 수행해야했던 외로운 위치에서「고뇌와 분노」「체념과 우수」를 되씹으면서도 항상 대학생과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도전에 이겨낼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그 생생한 발자국을 우리는 바로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다.
총장 취임 후 1년만에 위수령 발동으로 학교의 문을 닫게된 일, 또 75년 긴급조치 7호의 발동으로 총장직을 물러났던 일, 그리고 2년4개월만에 다시「재수생」의 기분으로 고대로 돌아온 김 총장의 지난 10년간의 항로는 그것이 곧 고대 자체의 역정인 동시에 70년대 한국대학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오는 4월에 저자는 회갑을 맞는다. 이 때를 기하여 김 총장은 민족의 험한 시련 속에서 명암에 얼룩진 자기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21세기의 기점이기도 한 대망의 80년대를 전망하려는 뜻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이만갑(서울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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