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치킨, 양꼬치 … 형사들 혀 녹인 이국의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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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찰청 외사과 형사들이 수원시 매산동의 네팔 음식점 ‘수엠부’에서 탄두리 치킨과 각종 커리를 먹고 있다. 이 식당은 한국인 입맛에 맞도록 향신료를 적게 쓴다. [사진 경기경찰청]

지난 20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의 파키스탄 음식점 ‘긴자 레스토랑’. 문을 열자 파키스탄인 직원들이 한국어로 “어서오세요”라고 인사한다. 내놓는 음식은 ‘라씨’라 부르는 요구르트와 커리, 탄두리 치킨, 난과 향신료에 버무린 밥 등이다. 얼핏 인도 음식과 비슷하다. 샤프다르 미르(44·한국명 김영진) 사장은 “커리하면 대부분 인도를 떠올리는데 파키스탄에서도 커리를 먹는다”며 “한국 손님에게는 입맛에 맞도록 향신료를 덜 쓴 음식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안산시 원곡동의 베트남 음식점 ‘디유히엔콴’. 이 곳의 주 메뉴는 쌀국수와 월남쌈 등이다. 하지만 여느 베트남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메뉴도 내놓는다. 개구리 볶음, 돼지 귀 무침, 자라찜 등이다. 하노이 출신 주방장이 만든, 베트남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메뉴라고 했다.

 이 두 식당, 긴자 레스토랑과 디유히엔콴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외국인 관련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경찰들이 즐겨 찾는 집이라는 점이다.

 경기경찰청 외사과 형사들이 추천하는 외국 음식점 맛집 리스트가 나왔다. 네팔·베트남·브라질·우즈베키스탄·이탈리아·인도·인도네시아·중국·태국·파티스탄 음식점 모두 14곳이다. 지역별로는 평택에 4곳, 안산 3곳, 수원·시흥·화성 2곳, 안양에 1곳이 있다. 경기경찰청은 이 명단을 이달 중순 페이스북 (www.facebook.com/gyeonggipol)에 올렸다.

안양 긴자 레스토랑의 파키스탄 커리 정식 세트(왼쪽)와 안산 디유히엔콴의 베트남 음식들.

 경찰이 맛집 리스트를 만들게 된 사연은 이렇다. 외국인 49만여 명이 살고 있는 경기도의 외사과 형사들은 외국인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외국 식당이다. 외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맛집은 자주 점검해야 하는 곳이다. 현재섭(52) 외사과장은 “꼭 정보가 아니라 외국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수사에 필요하다”며 “그래서 음식점은 들러야하는 필수 코스”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경기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외사과에서는 맛집 정보를 교류하기로 했다. 30여 곳 추천이 들어왔다. 모아 놓고보니 경찰들만 알고 지내기에는 아까웠다고 했다. 그래서 그 중에 값도 비교적 저렴하고 깨끗하며 한국인 입맛에도 맞는 음식점 14개를 추려 일반에 공개했다.

 식당들은 대부분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한국인으로 고객층을 넓히려 약간씩 조리법을 바꿨다. 파키스탄 식당인 긴자 레스토랑이 향신료를 덜 쓰는 식이다. 수원시 매산동 매산시장 입구의 네팔 음식 전문점인 ‘수엠부 레스토랑’도 그렇다. 한국으로 귀화한 네팔 출신 구릉 굽더마하둘(47) 사장은 “한국인들이 단맛을 좋아해 실제 네팔 음식보다 약간 달게 조리한다”고 했다. 파키스탄처럼 인도와 국경이 붙은 나라여서 음식 또한 탄두리 치킨과 난·커리 등으로 비슷하다. 구릉 사장은 1990년대 한국에서 인도·네팔 음식재료 가게를 하다가 아예 직접 음식점을 차렸다.

 경기경찰청 외사과는 앞으로도 일선 경찰서 형사들에게 외국 음식점을 추가 추천받아 일반에 공개하는 음식점 목록을 계속 늘려 나갈 계획이다.

임명수·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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