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염려 할 필요 없다|야 분열 노린 다자간 회동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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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총재
복권에 관해 『너무나 당연한 일이므로 머지않아 복권 될 것이다』고 말해온 김영삼 신민당총재는 「2·29」조치를 보고 『김대중 동지를 비롯한 민주인사들에 대하여 복권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늦은 감이 있으나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반갑게 말했다.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는 문제에 김 총재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동지와의 관계에 대해 많은 얘기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나와는 「라이벌」관계가 아니다. 두 사람은 민주주의를 위해 오늘까지 싸워왔다. 나의 출마문제는 언젠가는 분명히 태도를 표시해야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윌 12일 대전에서 열린 신민당의 충남도지부 결성대회에서 「집권공약」이란 명칭을 붙여 공직자 재산공개법의 입법을 제의해 간접적인 출마의사를 꺼내 보였다.
신민당의 후보결정 방법에 대해 김 총재는 두 가지 원칙을 정해 놓고 있다. 그 하나는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경쟁』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유신체제를 반대했던 것은 한사람이 출마해 혼자 당선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말했다. 3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전조정이 안될 때는 표 대결로 하는 것이 민주적 방법이 아니겠느냐는 의사를 보였다.
두 번째 원칙은 「사전조정」이다. 「10·29」사건이후 당사 앞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 김 총재는 『김 동지와 나는 무슨 문제라도 얘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후보 문제만 해도 내가 「김 동지가 맡으라」고 하고 김 동지는 「김 총재가 하라」고 말할 것이다』고 말했다. 『허심탄회하게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게 김 총재의 거듭되는 말이다. 다만 단일화 서명 움직임은 『애당·애국심에서 하겠지만 여러 가지 당내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한다.
작년 11월 17일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마포 신민당사를 찾아와 대화정치를 약속 한데 이어 임시국회 소집문제를 계기로 5일 여야 영수회담을 갖는 김 총재는 김대중씨를 포함한 3자 회담 또는 4자 회담 등 「야당복수」 회담엔 격렬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야당의 단합을 파괴하려는 저의가 있는 모임에는 일체 참여하지 않겠다. 3자 회담이니 4자 회담이니 하는 여야의 모임은 야당분열의 속셈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쌍무간 타협」은 모르되 「다자간 회동」은 야당분열 공작이 개입된다는 경계태세.
김 총재는 타고난 요권주의자랄까 요천가의 면모가 여러 면에서 나타난다. 야당 당수의 지위가 법원에 의해 「압류」당하고 약관시설 이래 지겨 온 의원자리를 빼앗겨도 매일같이 하오 3, 4시면 남산 중턱에 있는 체육관에 나가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수영이다. 달리기다, 몸 단련을 빼지 않는다.
논란이 무성한 개헌문제에도 낙관적이다. 『개헌에서 대통령 직선제가 되는 것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누구 건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직선제 이외의 개헌은 어느 누구도 할 수 없고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일 과도정부가 「10·26」의 비극을 경시하고 그 의미를 잊어 국민의 뜻을 망각하고 국회개헌안을 무시하여 엉뚱한 개헌안을 일방적으로 국민투표에 붙이려고 할 때는 신민당으로서는 별도의 개헌안 처리방안을 실천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지금으로서는 국회 개헌안이 마련되면 정부에 이송하여 국민투표에 회부케 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국회개헌안이 무시될 위험에 처하면 헌법에 규정된 또 한가지의 개헌절차, 즉 국민회의 의결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말은 다분히 정부에 대해 기고하는 뜻이 담겨있다.
국민회의 대의원을 통한 개헌방법을 피하고 국민투표에 붙인다는 것은 여야 합의사항이다. 그럼에도 이런 경고를 하는 것은 개헌에 관해 정부와 국회간에 최대공약수를 찾아 원만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봐야한다. 선거의 적기를 그는 금년 「8·15」 이전으로 계속 주장하고 있다. 『개헌작업에 무슨 1년이 필요하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비록 발표한 일정이더라도 개헌과 선거의 시기를 앞당겨 오는 8월 15일의 광복절에는 제5공화국의 대통령이 취임할 수 있게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제의도 야당의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지 현실적으로는 실현이 어렵게 됐다. 정부가 개헌안 확정 시한을 연말까지로 잡아 놓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는 분리하여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김 총재의 소신이므로 의원선거의 실시시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문이 아직은 없다.
YH사건이후 여당이 그를 비판하면서 『정치를 「아스팔트」 위로 끌고 나가려 한다』 고 꼬집자 김 총재는 『나는 26세부터 국회의원 생활을 시작해 7대에 걸쳐 의사당에 몸 담아온 사람이다. 나야말로 의회 민주주의자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의 정치원칙은 의회민주주의인 것이다.
그리고 좌우명으로는 「正直」과「깨끗한 것」을 내세운다. 『지도자는 정직 해야한다. 대통령이나 공직자나 국회의원 등은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공직자는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정정당당 해야한다. 속임수가 없어야 한다. 내가 대도무문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뜻에서이다.』 그는 이렇게 지도자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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