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경환 칼럼

독일도 부러워하는 개성공단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7선의 독일 연방하원(분데스타크) 의원인 하르트무트 코쉬크(55) 한독포럼 공동대표는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이다.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제13차 한독포럼에 공동대표로 참석한 코쉬크 의원은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 중에서도 개성공단 활성화 및 확대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고위급 북한 인사들과 함께 평양에서 출발해 개성공단을 찾을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사람 한 명 한 명이 혁명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폐쇄적 공산주의 사회인 북한의 주민들이 첨단 시설의 공장에서 세계경제의 경쟁체제에 맞춰 일하는 생생한 체험의 기회를 갖는 것은 장래의 남북한 통합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코쉬크 의원은 고도로 산업화된 남한 사회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혁명적인 변화를 준다는걸 확신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동행한 북한 측 고위간부들이 남북한의 젊은 남녀들이 한 자리에서 함께 일하는 장면을 직접 보고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독일인이 찾아낸 개성공단 가치의 재발견이다.

통일을 우리보다 철저히 준비했다고 자부하며 실제로도 위업을 성취해낸 독일에서도 개성공단과 같은 자본주의·자유주의 학습장은 없었다. 코쉬크 의원은 “독일에 개성공단이 있었더라면 동서독 경제·사회통합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적었고 충격도 완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개성공단에 대한 특별한 느낌은 우리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모른다. 사실 한국에서 코쉬크 의원처럼 개성공단을 그렇게 대단한 학습장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늘 삐걱거리는 남북관계 위에 불안하게 서 있는 또 하나의 실존 정도일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합작의 경제특구인 개성공단은 긴장완화와 통일,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의 상징으로서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초 북한의 개성공단 일시 폐쇄 조치로 받았던 우리의 충격은 작지 않았다. 북한의 변덕에 분노 수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우리가 모든 원인 제공자라고 덮어 씌웠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일단 가동이 정상화된 개성공단 만큼은 외풍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그런대로 굴러가는 편이다. 북한의 제4차 핵 실험이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이다 하는 소용돌이 속에도 공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 전에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독일에 비해 경제력이나 기술력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한 조건에 있다. 독일이 통일 후 혼란을 잘 극복해냈으니 우리도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버려야 한다. 코쉬크 의원의 지적처럼 개성공단 경험을 확대·발전시켜야 한다. 필요하다면 원산이나 남포·함흥·신의주 등에도 남북합작 공단을 조성해야 한다.

물론 작금의 한반도 상황을 고려하면 공단 추가 건설은커녕 기존의 것을 현상유지하기도 버거워 보인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로켓·방사포 발사 도발과 함께 9월 아시안 게임 대규모 선수단응원단 파견 제의 등 강경·유화책이 뒤섞인 복잡한 신호가 교차하고 있다.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남북한 공동경제구역 건설은 장기적인 과제이므로 양측이 모두 하루하루의 공방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선언에 이어 통일준비위원회가 공식 발족됐다. 개성공단의 활성화 및 확대가 남북 통일 준비에 둘도 없이 중요한 과제가 돼야 한다. 남북한이 소중한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을 상호 신뢰 회복과 화해·협력의 모태로 삼아 그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할 것이다.

한경환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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