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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잃어 가는 유물의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고대 「이집트」의 유물들은 인간의 창조물로 보기에는 어려울 만큼 「스케일」이 웅대하다.
또 조각과 건축의 정교한 기법은 물질문명을 자랑하는 현대인의 오만을 무색케 할 정도다.
그래서 이「문명」들의 관리 소홀은 그 만큼 더 가슴 아프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손꼽는 「피라미드」에 관해 서만도 이 세상엔 2만여 권의 책이 발간돼 세계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나 날로 늘어나는 관광객의 구둣발에 매일같이 짓밟히고 있다.
돌이 닳으면 얼마나 닳겠느냐 싶지만 문화재관리 전문가들의 염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관광객이면 누구나 꼭 가보는 「카이로」근교의 「체읍」「피라미」는 76개의「피라미드」중 가장 큰 대표적인 문화재. 「파라오」왕의 관이 있었던 내부에 매일 수많은 관광객이 드나들고 있는데 그 동안「피라미드」표면의 대리석이 석재용으로 도난 돼 이제는 돌층계를 이루게 되자 수많은 관광객들이 당국의 관리 소홀을 틈타 「피라미드」꼭대기까지 오르내리는 판이다.
「이집트」의 경주에 해당하는「룩소」는 「카이로」남쪽 6백60km에, 「나일」강을 끼고 있는 문화재의 보고.
고대 「파라오」들의 거대한 돌 입상이 서있는 「카냑」신전과「룩소」신전, 왕과 여왕의 계곡, 22년에 「투탄카멘」왕의「미라」와 그의 부장품이 발견된 무덤 등 무수한 문화재 때문에 「지붕 없는 거대한 박물관」으로 불릴만하다. 그러나 해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에 의해 이곳의 문화재는 차차 파괴돼가고 있다.
영·불·독의 3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어느 안내원은 『지난 5년 동안 만해도 문화재들이 눈에 띄게 마모됐다』고 지적했다.
각 문화재의 20m 앞까지 수분간격으로 들락날락하는 관광「버스」의 진동으로 석재 사이의 이음 부분을 크게 흔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연 2백만 명의 관광객 중 85만 명이「룩소」를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들의 입으로부터 내뿜는 수증기도 수 천년 동안 보존돼온 돌 표면의 색상을 바래게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최대발견으로 손꼽는 「투탄카멘」왕 무덤 10m앞 언덕엔 현재 「휴식의 집」이 마련돼 관광객들에게 청량 음료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재 관계 전문가들은 이 집에서 관광객 접대 후 접시를 닦은 다음 버리는 물과 수세식 변소에서 흐르는 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물이 인근에 있는 각「파라오」들의 무덤까지 스며들어가기 때문.
71년에 완성된「애스원·댐」에 의한 수압도 큰 문제로 지적, 「파라오」들의 무덤공개를 중단해야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영국을 비롯, 세계은행·「유네스코」등 국제기구와 함께 「이집트」문화재보호에 지대한 관심과 지원을 보내고 있는 「프랑스」는 ▲ 「왕의 계곡」에 이르는 진입로를 옮기고 ▲차량출입통제 ▲왕 무덤 출입통로에 난간설치 ▲습기를 막기 위한 통풍기 설치 등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관광객 수 ▲관광객의 체재시간 ▲문화재 관람시간을 저녁 또는 밤으로 각각 제한하고 ▲「휴식의 집」이전 ▲청량 음료수그릇은 씻을 필요 없는「인스턴트」용기로 바꾸고 ▲수세식변소의 물은「탱크」로 받아내야 한다는 등의 안도 속출하고 있다.
작년에 7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관광수입과 관련, 해마다 관광객이 늘고있으나 이들을 수용할「호텔」과 교통·「서비스」분야는 아직도 미흡하다.
관광수입은 이제까지 주로 도시의 고용수준을 높이고 소비재 상품구입에 투입돼 왔다.
따라서 관광시설의 확충을 위해서는 「이집트」문화재보호에 관심이 큰 선진국들에서 자금을 염출해야 할 입장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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