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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오락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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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경울 방학중 홀연히 집을 나간 두 중학생이 있었다. 한 주일만에 이들은 서해안의 한 유명 해변에서 발견되었다. 왜 가출을 했을까? 『바다가보고 싶어』-. 이들은 서슴없이 이렇게 말했다.
설마 이것을 두고 낭만적이라고 말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12세의 이 소년들은 공부에 만 쫓기는 매일, 매일에서 좀 뛰쳐나가고 싶었다고 했다. 철부지의 말이지만 어른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여운이 없지 않다.
아이들에게 유희가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어른들의 직무와 같은 것이다. 놀면서 아이들은 꿈을 실현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고, 대로는 내적인 갈등을 극복하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아이들의 유희심리를 『잠재적 공경기질의 발산』이라고 설명한다. 이 경우의 「공격기질」이란 남을 공격해서 괴롭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언제나 보호와 간 박과 주의의 대상이 되는 것에서 풀려나 아이들은 자발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것이다.
비좁은 교실, 위험한 골목길. 밀폐된 공부방, 사무적인 선생, 공부 재촉하는 엄마, 만나기 힘든 친구들…. 이런 환경 속에서 이른바 「전자오락실」이라는 놀이터(?)가 번창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요즘은 동네의 골목길에도 이런 전자기구가 즐비하다.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오락시설이 된 것이다.
이런 기구들이 하나 같이 공격기질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장치를 하고 있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기총소사에서 자동차 경주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이 통쾌감을 주는 기구들이다.
문제는 그런 직정적인 놀이가 아이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줄까하는 것이다. 「스포츠」나 그밖에 세련된 놀이들과는 달라서 필경 가호적인 심리를 갖게 할 것 같다.
일본에서 이런 전자오락실이 한창 「붐」을 이루었을 무렵, 그 사회에서 청소년의 포력과 비행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던 사실도 새삼 유의하게 된다. 지금은 그 사회에서도 이런 놀이시설이 한물 간 것 같다.
요즘 검찰당국은 무허전자오악실을 집중단속하고 있다. 「무허」인 만큼 단속대상이 되는 것은 응당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무허」·「유허」의 단순한 입장을 떠나, 우리는 새삼 우리 자신의 책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늘의 아이들은 과연 마땅한 놀이와 그 장소와 기회를 갖고 있는지에 관한 생각도 뒤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모두 가져야 할 긴요하고 절박한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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