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이집트는 만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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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카이로」시내로 들어가면 웬 사람이 그렇게 많은가싶다.
인구 8백50만. 유동인구까지 치면 1천만명이 된다고도 한다.
차량은 60만대로 서울의 2배가 넘는다.
도심지안에서 양도 함께 키우고 공동묘지에까지 수만명이 살고 있는걸 보면 주택난도 대단히 심해 보인다.
약혼한지 2, 3년이 넘고도 총각·처녀로 남아있는 사람들도 한결같이「아파트」구입이 어렵기 때문이란다.
「이집트」의 고민은 뭐니뭐니해도 매년1백만명이상의 인구증가다.
앞으로 각 가정이「애 둘 낳기」운동에 1백% 성공한다해도 서기2천년대엔 6천만명이 된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의 10배나되는 국토라지만 사막을 빼면 가용면적이 5% 남짓한 것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생계를 위해 돈을 버는 인구는 전 인구의 4분의1에 불과해 나머지 4분의3은 돈안버는 부양가족인 셈이다.
그나마 돈버는 인구의 절반은 계절에 따라 일거리가 있을때만 일하는 계층이다.
가족계획이 시급한데 가난한 국민들은 으히려 「자식이 많아야 수입이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시골은 말할것도 없고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은 「제 먹을 것은 제가 타고난다」는 기대이상의 기대를 자식들에게 갖고있다.
6, 7세의 어린이만 돼도 최소한 거리에서 구걸을 할 수있기 때문.
운이 좋으면 상점의 사환노릇도 할수 있고 이들이 얻는 동전 몇닢으로 다른가족들의 입에 풀칠도 할 수 있다.
국민교 취학연령이 돼도 가난한 사람은 아동을 제대로 공부시킬 엄두를 못낸다.
정부는 교육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왔으나 국민의 75%는 문맹이다.
이들에게 가족계획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는 대단히 어렵다.
12년전에 설립된 가족계획 중앙당국은 가계수입 증대를 위해서는 자식을 더 낳아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치는데 아무런 효과도 보지못했다.
가족계획 계몽차 나간 사람이 시골에서 험악한 반응에 놀라 그냥 돌아오기 십중팔구란다.
35세이하의 어머니가 슬하에 6∼7명의 자녀를 거느린게 태반이다.
근대화 바람으로 일부다처의 경향은 매우 줄었으나 4명까지 아내를 둘수 있다는 「이슬람」교리는 아직도 무시하지 못한다.
「헬리오폴리스」의 「아파트」관리인인 「호세인」씨(46)는 극빈자이면서도 3명의 부인과 11명의 자식을 키우고 있다.
법적으로 여자가 결혼할 수 있는 연령은 16세인데 지방에서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사춘기인 12∼13세만 돼도 딸의 출가를 서두른다.
그러나 중산층에서는 점차 만혼의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20여년전만해도 18세만되면 노처녀로 낙인찍혔으나 이제는 교육을 받고 「아파트」와 가구비용마련을 위해 30세까지 기다려도 별 흉이 안된다.
본처가 아들을 못 낳았다고 제2, 제3의 부인을 두는 경향은 아직도 상당하다.
인구증가의 이유중엔 사망율이 낮아진데도 큰 원인이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사망율이 높았던 「이집트」는 이제 6.18%로 줄어들었다.
물론 건강관리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사회문제 전문가들은 인구증가문제를 중요시하지만 그보다는 노동력의 효욜적인 동원이나 배분을 더욱 문제시하고 있다.
여성의 직장생활을 금지하는 「이슬람」전통이 이제 많이 개선되기는 했어도 선진국 수준에는 훨씬 뒤지며 많은 여성들이 돈 안버는 부양가족으로 남아있다.
「여성의 유일한 목적은 결혼」이라는 관념이 아직도 지배적이다.
오늘날 피임기구를 쓰는 여성은 60만명으로 집계돼 과거 15년동안 출생율이 4.2%에서「카이로」는 2.5%로, 지방은 3.5%로 각각 줄었으나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거리가 멀다.
생활과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꾸어야하기 때문이다.
인구증가 억제책이 결실되지 않는한 「이집트」는 서기2천30년엔 8천4백만명, 2천1백년엔 2억명의 인구로 늘어날 전망이고 이 때문에 경제개발은 커녕 이같은 인구를 수용할 가용땅도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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