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주택개량 부작용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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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농촌주택개량사업이 올해부터 희망농가에 한해 실시한다는 시책전환에 따라 물량은 많이 줄였으나 아직도 고속도로변이나 관광지주변에 치우쳐 농민들의 마음에 거슬리기는 마찬가지다.
지원개량의 융자금도 20평을 기준으로 평당 20만8천8백원으로 지난해 15만원보다 5만8천8백원이 올랐으나 올들어 기름값 인상 등으로 실제 건축비는 평당 30만원을 넘어서 농민부담은 더욱 무거워졌다. 보이지 않는 농민들의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 투자된 돈만큼 편리하지 않은 주택구조 ▲ 서향 또는 북향으로 돼버린 집의 방향 ▲ 수질검사를 거치지 않은 택지선정으로 겪게된 식수난등….
이 때문에 농촌 곳곳에는 짓다 말고 버려둔 주택이 있는가 하면 준공을 하고도 비워둔 집들도 적지 않다.

<경기·강원>
농민희망에 따라 주택개량사업을 펴겠다는 당국의 방침도 말뿐이다. 강원도 당국은 올해 농민들의 희망에 따라 2천1백67동을 개량할 것이라고 했으나 일선 시·군에서는 행정력을 동원, 여전히 국도변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주택개량을 권하고있다.
춘성군은 올해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1백25등을 개량할 것으로 도에 보고했으나 실제로 개량할 주택은 25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춘성군 신속면은 8채를 개량할 것으로 파악했으나 지난달 31일까지 군청에 정식으로 신청한 것은 박유성씨(41·신동면 학곡1리3반)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관계자는 사정이 다급해지자 실무자를 출강시켜 같은 마을 길병희씨 (60·농업·학곡1리7반) , 이춘기씨(43·동)등 6가구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부담능력이 없어 주택개량을 할수 없다는 안박정씨 (38) 는『춘천∼원주간 국도변에 사는 죄로 시달림을 받는 것같다』고 못마땅해 했다.
경기도 성남시의 경우 지난해까지 3백46동의 개량주택을 지었으나 이중 26%인 2백44동이 경부고속도로변이고 19%인 66동이 정신문화원·비행장등 주요시설물 주변이며 3%인 12동이 서울근교다.
순수한 농촌지역은 44동으로 전체의 13%에 지나지 않는다.
성남시 공중동의 경우 지난해 11동을 착공했으나 현재까지 김용칠씨 (74) 등 2동만 입주하고 나머지 9동등은 건축이 중단돼 있다.
성남시 금곡동주민 이종룡씨는 수질검사도 않고 입지를 선정, 입주자들은 물이 나빠 식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성남시 당국이 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케 한다던 대지구입비 4백여만원도 무자격자라는 이유로 2월말까지 일시상환하라고해 돈 마련이 걱정이라고 했다.

<충남·충북>
충남 홍성군, 갈산면 취생리 김희진씨(51)는 공사착공후 오르기 시작한 물가및 인건비 때문에 융자금을 포함한 당초예산으로는 도저히 완공시킬수가 없어 1천명의 밭을 근저당하고 2백만원의 사채를 얻었다고 했다. 김씨는 원금은 커녕 이자마저 갚을 길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충북 중원군은 올해 90동의 농촌주택을 개량키로 했으나, 상모면 수전리의 6동등 모두 81동을 국도변에 선정했고 8동은 철도변에 짓기도 했다.

<전남·전북>
주택개량사업이 살기 좋은 새집을 마련하겠다는 농민들 스스로의 의지는 외면한채 집터는 남향이나 동향으로 마련하지 못하고있다.
남도내 고속도로나 철도변에 지은 새집들은 대부분이 도로쪽으로 향하고 있어 도로위쪽 집은 서향, 도로 남쪽 집은 북향이다.
한편 고속도로·철도·국도 등이 전혀 없는 진도군에서는 주민들이 집을 개량하고 싶어도 개량대상지역에서 빠졌다는 이유로 당국에서 외면해 버렸다.
지난해 취락구조개선을 한 전북 옥청군 개정면 거회리 정수마을 이부길씨(43) 는 18평짜리 집을 짓는데 5백만원이 들었으나 융자금은 2백70만원밖에 안돼 2백30만원의 빛을 지게됐다고 했다.
이씨는 이 때문에 최고 5푼이자까지 물고있다고 했다.
더우기 농협에서는 3월까지 융자금 가운데 13만6천원을 갚으라는 연락이 와 이를 갚기 위해 사채를 얻으려해도 사채 구하기가 어려워 집을 내놓았다고 했다.

<경남·경북>
경부고속도로 언양「인터체인지」에서 울산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변에 위치한 경남 울주군 언양면 반송리67 박종현씨 (58) 는 지난해 6월 군의 권고에 못이겨 대대로 살던 집을 허물고 15평형주택을 지었다.
박씨는 송아지까지 팔아 새집을 마련했으나 50여만원의 빚을 졌다.
같은 마을 공종근씨(43)도 15평형 개량주택을 짓고 창고·외양간등 농가부속건물을 추가로 짓는 바람에 1백여만원의 빚을져 아직까지 담과 대문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경북 안동군 남후면 무릉1동 우석목씨(53)의 경우 지난해 10월 18평 규모의 A형 주택을 5백여만원을 들여지었으나 융자금은 겨우 1백70만원밖에 안되고 자부담은 3백30만원이나돼 2백만원의 빚을 지게됐다.
이 마을은 지난해 20동의 주택을 짓기로 했으나 자재값의 인상과 융자금 재원부족으로 사업이 축소돼 6동만 지었다.
게다가 이 마을은 식수가 모자라 극심한 식수난을 겪고있다.
또 당초에는 한식 기와집으로 개량하던 것이 78년부터는 서구식 양옥으로 개량하도록 하는 바람에 평수도 많아지고 아궁이도 연탄을 때도록 설계돼있다. 이 때문에 연탄사용금지구역인 일부 읍·면에서는 도당국이 뒤늦게 임산연료로 대체토록하는 바람에 현대식 부엌이 온통 시커멓게 그을리는 웃지 못할 사례를 낳고 있다.【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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