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복안고 온 두루미 자리를 잡아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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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고장을 찾아온 두루미를 보호하자』-. 강원도양양군군민들은 요즘 한겨울 이 고장에 예고없이 날아온 귀빈 두루미부부에 매료돼 보호「캠페인」을 펼치며 경사가 났다고 온통흥분돼 있다.
반상회를 통해 두루미가찾아온 사실을 알리는가하면 국민학교 어린이는 방학중인데도 귀한 철새를 안전하게 지키자고 나섰다.
두루미는 단아(단아)하고 서기(서기)로운 자태로 청복(청복)의 상징으로 여겨져왔고 서식지엔 평화가 찾아온다는 상서(상서)로운 새로 여겨져왔다. 이때문에 주민들은 비상한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14일자 중앙일보7면(투연)을 통해 동해안에서는 처음으로 대천하구에찾아온 두루미1쌍의 우아한 모습이 공개되자 강원도와 양양군당국은 즉각 보호에 나섰다.
강원도는 우선 3월3l일까지 3개월간을 보호기간으로 정해 서식처의 원형을 보존하는것은 물론, 낚시금지, 어패류 채취제한, 서식지 주민접근을 방지키로 했다.
도는 이밖에 자연보호회원, 군·읍담당공무원, 경찰관, 유관단체임원등 5명내외로 감시반을 편성, 주3회이상 정기 또는 불시에 순찰을 하면서 일지를 기록하여 환경오염을 막기로했다.
군당국은 두루미서식처인근의 포월리를 비롯, 조산리·청곡리·가평리·송전리등 5개마을 앞에「두루미서식지」표지만을 세우고 주민들에겐 두루미에 해로운행위를 삼갈것을 당부했다.
포월리에는 감시원을 고정배치, 야시간 경계토록하고 벼와 옥수수등 곡식과 풀씨를 뿌려주고 마치 신혼부부를 맞아들이듯 어수선한 환경을 정비했다.
정준시군수는 그동안 포월벌에서 펴고 있던 객토사업도 두루미가 앉는 하구부근만은 잠정적으로 중단 월동기간은 접근을 금지시켰다. 또 서식지를 우회하는 관동국도를 달리는각종차량은 경적과 소음을내지않도록 요청했다.
관광객과 낚시꾼이 많이찾는 조산리 관광촌에서는 최돈형이장(40)과 김종환산림계장(48) 이 주동이 되어 불시의 침입자를 몰아내고 낚시나 투망등 행위를 두루미월동기간엔 하지못하게 막고 있다.
지척에 있는 남대천벌판에 천연기념물인 두루미부부가 날아왔다는 사실을 알게된 인근 조산국민학교와 송전국민학교 어린이 7백여명도 방학중의 경사에 모두 달려나와『두루미가 해마다 다시 찾아오도록 우리가 앞강서 지키고 보호하자』고 결의하고 교대로 파수를 서고 있다.
어린이들은 살기좋은 고장이 아니면 찾아오지 않는다는 두루미가 우리옆에왔다니 자랑스럽다고 입을모으고 흥분에 방학숙제와 신나는 얼음지치기도 뒤로미루고 두루미를 살피느라 한시도 옆눈을 팔지않고있다.
조산국민학교 어린이회회장 조희권군(12·6학년)은『귀중한 새가 우리마을을 찾아왔다니 꿈만같다』고 반기고 너무신이나 동료들과 제방에 나가 두루미를 지키는데 추위도 잊는다고 말했다.
조군등 어린이들은 마을웅덩이를 뒤져 미꾸라지를잡아 넓적한 수조(수조)에 담아 두루미 먹이로 주기도 했다.
정의곤속초교육장은 22일어린이들이 두루미 보호「캠페인」에 나섰다는 소식을듣고 현지를 찾아 격려하고 양양관내 전교직자들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두루미보호에 앞장을 서도록 당부했다.
국제보호조이며 천연기념물(제202호)인 두루미가 뜻하지 않게 찾아온 양양남대천하구는 제방을 축으로 동·서로 6km, 남북으로 7백km에서 4km에이르는 널찍한 포월들과 양운벌이 동해와 코를 맞대고 전개, 조망이 확틘 개활지-.
이곳은 양양제일의 곡창으로 벌판에는 낟알과 풀씨등이 풍부하다. 멀리 홍천지방에서 수원을 이루어 도도히 흐르는 남대천에는 다슬기와 각종 물고기가 들끓어 평소에도 백조·백로·수리·기러기·오리등 각종 철새가 찾아드는 새들의 보금자리다.
철새 도래지로는 썩 좋은 환경을 갖췄으나 지척에 관광촌이 있고 1km거리를 두고 관동국도가 우회하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흠이라면 흠이다.
이런 여건으로 이번에 찾아온 두루미부부는 서식환경이 오염된 경기도인천포연희동둥지에서 옮겨온것이아닌가 여겨 조류학계도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양양주민들의 두루미보호「캠페인」소식을 들은 조류학자원병작박사(경희대)는『동해안에 처음 나타나 지방민들이 모르고 해칠까 우려했는데 보호운동을 벌인다니 반가운 소식』이라고 환영하기 보다 각별한 행정의 지원책이 뒤따라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두루미는 조장전매의 십장생도(십장생도)에 드는유일한 날짐승으로 동양화의 생명력을 이뤄온 전설어린 철새.
두루미가 찾는 곳은 예부터 온천이 있다는 정도로 영특한 철새인데 세계 양차대전과 한국동란을 겪는동안 크게 줄어들어 현존하는 두루미 숫자는 3백마리에 불과해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조루학계는 그 가운데 1백40여마리가 변식지인「시베리아」의「블라디보스톡」북방「한카」호 부근에서 겨울철에 남하,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와 한강·임진강을잇는 중서부지방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두루미는 중·서부지방과 서해안을 따라 남하, 일부는 일본「규우슈」(구주)지방까지 갔다 돌아가지만 강원도지방에는 해방전 내륙의 횡성지방에 몇마리가 한번찾아온 기록이 있을뿐 동해안에는 나타난적이 없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은 멸종돼가는 두루미보호를 위해 46번째로 국제보호조로 등록, 보호에 나서고 있고 미국도 두루미재단까지 만들어 책임자인「조지·애치볼드」박사가 우리나라를 찾아와 보호실태를 살피기도 한다.
키70∼1m에 날개를 포함, 전장1백54cm쯤인 두루미는 백색의 몸집에 꼬리와 긴 목부분이 검정색을하고 머리엔 붉은 털로 덮여 우리나라에서는 단정학(단정학)이라고 불러왔다.
4∼5월에 1∼2개의 알을 낳아 32∼35일만에 포란, 부화하면 새끼는 3개월간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으며 어미를 따라다니며 성장한다.
양양에온 두루미는 해변하구에서 2천m쯤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하천변 전답에 1천m구간을 서식지로 넘나들고 있다. 이 두루미부부의 자태는 유난히 키가 커서 먼발치에서 보면 농부가 들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가 착각할 지경이다. 최근 한파를 타고 나타난 각종 오리떼와 수리ㆍ기러기무리사이로 유유자적하는 모습은 정승처럼 기품이 있다. 【장창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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