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ㆍ하우스」가 잠식하는 보리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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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겨울밭에 보리대신「비닐·하우스」들이 가득 들어섰다. 그속에선 딸기·「토마토」·참외·오이·고추·상치등 특용 원예작물들이 한겨울 강추위도 모르는채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보리밭이 딸기밭으로,「토마토」밭으로 바뀌어가고있는 것이다.
밭작물경작「패턴」의 변화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농수산부가 보리파종을 농민들의 자유의사에 맡긴후 전국각지의 농민들은 손해만보는 보리경작을 포기하고 앞다투어 보리밭에 특용작물을 심기 시작, 겨울 한파속에 조용한「붐」을 이루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특용작물의 소득이 쌀·보리등 식량작물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보리의경우 10α당2백kg내외를 생산하면 6만원 남짓한 조수입을 올리나 생산비를 계산하면 10α당 4천원내외의 손해를 보는 실정. 이에 비해 딸기는 10α당 1kg이상이 생산돼 41만원남짓한 조수입을 올릴수 있어 생산비 29만원을 빼도 12만원이상의 순수익을 보게된다.
비워둔 보리밭의 한귀퉁이에만 심어도 보리재배보다 훨씬 큰 소득을 얻을수 있는 것이다.
이같이 높은 수익성때문에 겨울철에 들며 특용작물재배의 열기는 더욱 높아져「비닐·하우스」설치면적이 급격히 늘고 있다. 충남대덕군같은곳은 딸기밭이 보리밭보다 더 많아졌다.
이에비해 보리재배 면적은 75년까지만해도 75만2천ha이던것이 79년에는 34만6천ha로 4년사이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각 도당국에서도 이같은 경향에 발맞춰 농정시책을 재검토하는가하면 일부지역에선 딸기의 대량출하에 대비한 가격안정책을 세우고있을 정도다. 몇몇지역의 보리재배포기와 특용작물재배 실태를 알아본다.

<충남>
이미 78년부터 보리파종을 자율화한 충남에서는 모리파종면적이 78년의 5만3천1백15정보에서 79년에는 3만8천6백23정보로 크게 줄고, 올해는 다시 3만2천2백3정보로 감소했다.
보리재배가 주는 대신 그자리에 딸기등 특용작물재배가 크게 늘었다. 올해 도내의 딸기재배면적은 2천8백82정보로 작년보다 49%나 증가했다.
도내에서 딸기재배를 많이하는 지역은 논산군 9백79정보, 서산군 3백7정보, 보령군 1백76정보등이며 딸기재배 농가수도 1만5천3백21가구로 늘었다.
충남도는 딸기재배의 급증으로 올해 딸기의대량출하를 예상, 시·군에 딸기가격안정을 위한 사전대책을세우도록 했다.
딸기외에도 배추·무우·참외·오이등의 온상재배도 성행하고 있다.「비닐·하우스」설치면적도 78년의7백33·7정보에서 79년엔1천1백98·4정보로 60%이상 늘었으며 올해도 20%이상 증가가 예상된다.

<전북>
전북도가 지난해 도내에서 재배된 42개 작물의 ha당 순 소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쌀·보리등 식량작물이 25만2천6백21ha에서 ha당 57만5천원의순소득을 올렸고 채소류가 3만1천17ha에서 ha당 83만원을 올린데 비해 시설채소는 1만1천2백8ha에서 ha당 1백80만원, 과수는 4천6백45ha에서 ha당 2백69만원, 특용작물은 7천1백95ha에서 ha당 1백10만원의 순소득을 올렸다.
특히 시설채소인 오이가 ha당 순소득 3백72만원,「토마토」3백55만원, 참외2백70만원으로 소득이 가장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비해 보리는 ha당 순소득이 28만원(30위)에 그쳐 보리재배룰 포기하고 원예작물로 도는 농가가 부쩍 늘었다.
해발6백m인 장수군장수읍대성리 필덕부락 송인승씨(39)는 지난해「토마토」1ha·수박 1ha 2ha의시험 재배에 성공하자 올해부터는 각기 3ha씩 확대재배하고 있다. 또 완주군용진읍하이부락은 40농가가 보리밭에「비닐·하우스」를설치, 고추·「토마토」ㆍ참외등을 생산해 지난해 가구당 2백50만원씩의 소득을 올렸다.
이에따라 도에서도 올해원예작물증산을 위해 1백3억9천8백만원을 투입해 1천2백10소에 관수시설과 고냉지 도로개설,「비닐·하우스」(40ha)와 과원조성(73ha)등을 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전남>
이번 겨울들어 오이·배추·무우등의 값이 평년보다 높아지자 전남도내의 특용작물 재배면적도 부쩍 늘어 승주·광양·보성·광산·나주·담양등지의 논밭엔 10여리이상씩「비닐· 하우스」가 줄지어 들어서 들판을 온통 뒤덮고있다.
「비닐·하우스」재배면적은 77년의 1천28ha(생산량3만6천83t·소득 43억2천3백만원)에서 78년엔 1천4백21ha(4만7천4백54t·58억3천1백만원)로 늘었고 79년말이후에도 재배면적이 2배이상 늘어난것으로 추계된다.
승주군별량면구용리 한자섭씨(32)등 1백85호농가는 지난해부터 농가당 평균3백평의 겨울「비닐·하우스」에 오이등을 재배, 호당 평균 1백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씨는『지난해까지 3천평에 보리를재배했으나 올겨울엔 1천명에 오이를 기르고 나머지 2천평은 그냥 놀린다』며『그래도 소득이훨씬낫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원예작물이 벼·보리보다 최소한 3∼4배의 소득이 난다며 의욕이 대단하다.

<경북>
경북도내의 올해 보리파종면적은 7만3천2백87ha로 지난해의 8만4천6백ha에 비해 13·4%나줄었으며 준 면적은 대부분특용작물재배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비닐·하우스」라고 곧돈을 버는 것만은 아니다.
특용작물은 기온조절등 고도의 영농기술이 필요한데 올해 처음 시작한 농민들은 사실상 기술부족으로 큰재미는 보지못했다는것이 현지의 얘기다. 그러나 경험이있는 농민들은 보리밭을「비닐·하우스」로 전환, 톡톡히 재미를 보고있다.
안동군임하면송천동 석강득씨(50)의 경우 보리밭1천평에「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오이·호박·상치등 고등소채를 재배, 이달들어 이미 30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안동시용성동 권태익씨(26)도 3백평규모의「비닐·하우스」에 고등소채를 재배, 적기출하로영농비를 제외한 소득 10만원을 올렸다.
안동지방은 대구나 강원도지방등 사방으로 판로가좋아 지난해 특용작물재배면적이 1백30ha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5백55ha로 3배이상 늘어났다. 또 금능군귀성면·남면·개령면등지는 농민 4백10가구가 연건평 35·5ha에 이르는 집단「비닐·하우스」를 설치, 고등소채를 재배하고 있고 상주군상주읍무양동및 신봉동주민 29가구도 산가의 집단「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월성군의 경우도 보리파종면적이 지난해의 1만8천4ha에서 7천7백42ha로 23%가 줄어들었다.
이중 금년에 특용작물재배로 전환한 면적은 2백ha에 불과하나 농민들은 올해 지력(지력)을 증진시킨뒤 내년부터 영농기술을 익혀 본격적인 툭용작물재배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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