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자율의 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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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든 국민이 한결같이 바라는 정치발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학원의 자율화에 바탕한 교육풍토의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학원운영방식이 정치상황과 불가분의 함수관계에 있었던 만큼 새 질서의 구축에 있어 중요한 전제조건의 하나는 학원운영의 자율화·민주화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문교부가 현재 각 대학에 있는 학도호국단의 간부선출과 운영방안을 대폭 개선키로 한 것이라든지, 교육감선거에서 종래의 방식을 탈피하려는 움직임 등은 이런 지각에서 볼때 당연한 일이다.
75년5월 학도호국단을 부활시키면서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일면면학·일면호국』의 새로운. 학풍을 심자는 것이었다. 당시의 문교부실명에 따르면 방대한 학생조직을 재정비 강화하여 학풍을 쇄신하고, 청년학도들의 예지와 일사불란한 단결로 내실 있는 자주국방력을 다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4·19이후 해산된 과거의 학도호국단이 학생단체의 성격을 띤 것이었다면, 155년 만에 부활된 호국단은 학원전체의 난국대비체제를 갖추는데 역점을 둔다는 것이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각각 중앙학도호국단의 총재 및 부총재로 추대하고 당국의 승인을 못 받은 학생단체의 자동해산을 규정한 것 등이 바로 그 증거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지난날의 학도호국단의 공과를 따질 계제는 아니나 그것이 학생자치활동의 본질과 나아가 건전한 교육발전의 정도에서 벗어난 것이었다는 사실만은 부인키 어렵다.
서로 다른 의견이나 이론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그러한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학원의 자율적 운영이 보장되어야 학문이 발달하고 교육풍토도 개선된다는 것은 민주국가 교육의 본질적 요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안고 있는 많은 난제들을 해결해 나감에 있어 그 돌파구는 타율적인 관 주도 방식이 아니라 학원의 자율성울 확보하는데서 찾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접근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대학분규의 요인가운데 하나였던·학도호국단의 운영을 대폭 개선하고 학생활동의 자율화를 보장키로 한 문교부의 결정을 환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남학교의 경우 명칭을 그대로 존속시킨다는 것은 미치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내용이 학생활동의 자율화 보장을 지향하는 이상 크게 문제될 것은 없으리라고 본다.
자율화문제가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교육감선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관의 일방적 임명에 사실상 의존해 왔던 교육감선출이 관 주도의 고삐가 풀리면서 범선과 잡음이 일고 있다는 것인데 이 역시 몇 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자율적으로 매듭지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 주도의 타성 때문에 갑자기 닥친 자율화바람에 혼선을 빚고 당혹감 마저 느끼는 것은 비단 학원만은 아닐 것이다.
과거와 같이 교육자치를 위한 선거에 금품이 난무하는 등 추태가 재연되어서는 안되겠지만, 그로 인한 얼마간의 부작용이나 폐단은 스스로 경계하는 자세로써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학원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학원당사자와 학생들이다. 이번 학도호국단의 운영개선과 6개 시·도 교육감 선거가 학원자율화를 대폭 증대시키고 전반적인 교육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자율화에 따른 책임의 중대성을 모든 관계자들이 통감해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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