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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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스모킹 오어 넌-스모킹? (흡연석입니까? 아니면 금연석입니까?)
비행기 좌석표를 끊을 때면 으례 이런 질문을 받게된지도 벌써 여러 해가 된다.
지난 74년까지만 해도 영국항공의 기내 금연석은 전 좌석의 20%였다. 그게 이제는 60%로 늘었다. 60%나 되는 항공기도 흔하다.
온 세계에서 애연가의 설 땅이 날로 줄어만 가고있는 셈이다.
지난해에 「워싱턴」의 어느「레스토랑」에 들어갔더니「웨이터」가『담배피우십니까?』 고 먼저 물어왔다. 흡연자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연방정부나 의사당안에 있는「캐피티리어」에도 흡연「코너」는 분리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찾자는 운동이 전국에 세차게 퍼지고 있다.
이 바람에 지하철·「엘리베이터」·공항「로비」·병원대합실·식료품점 등『공공의 장소』에서는 전혀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고있는 주가 50개주 가운데 30주나 된다.
『공공의 장소』에서의 금연법을 어기는 경우「일리노이」주에서는 최고 3백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뉴욕」주에서는 법정에까지 출두해야 다.
「프랑스」에서도 애연가의 수난은 날로 심해져 가고 있다. 「파리」의 지하철이 완전금연임은 물론이고 「택시」안에도 『담배를 피우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붙어있는게 흔해졌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영화관도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프랑스」대통령 관저의 각의실에서 재떨이가 추방된지도 이미 3년이 넘는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75년에 영국의 국가공무원 노조는 2백10대 1백99표로 청사내에서의 실내금연을 가결시켰다.
그래도 영국의 애연가는「프랑스」보다 팔자가 좋은 편이다.
지하전철의 한 편성마다 반드시 2대씩은 흡연칸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 세계에 걸쳐 『피우지않는자의 권리』에 『피우는자의 권리』가 눌려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3월부터는 고속「버스」를 비롯한 전세·시외「버스」 등에 흡연석을 따로 뒤켠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교통부에서 밝혔다.
이제야 겨우 우리나라에서드『피우지않는자의 권리』가 조금씩 인정되어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배기장치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비좁은 「버스」안에서 자리만 분리시킨다고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기왕에『피우지않는자의 권리』를 지켜주겠다면 기차며 선실에까지 금연 「코너」 를 따로 마련해 줘야 옳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전매청의 입김이 거센 탓인지 금연「캠페인」이 너무도 미미한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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