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190억원 차 예측, 비결은 시장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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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환 CIMB증권 한국지점 대표는 “한국기업들에게 동남아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소비시장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KRX매거진]

매 분기 삼성전자 실적발표 시즌이 되면 여의도 증권가에선 진검승부가 벌어진다. 어느 증권사의 예측이 가장 정확했고, 누가 헛다리를 짚었는지 단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승자는 CIMB증권이었다. 2분기 영업이익 7조2190억원을 예측해 삼성전자 발표치(7조2000억원)를 거의 정확하게 맞췄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CIMB증권은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두고 있다. 동남아시아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한국에 진출했다. 이들이 바라보는 삼성전자의 미래와 한국 주식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1일 조정환 CIMB증권 한국지점 대표와 이도훈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 삼성전자 실적을 정확히 맞춘 비결은.

 “직접 시장조사를 해보니 핵심사업인 휴대전화 부문 실적이 좋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LG·노키아에 비해 신제품을 많이 내지 않았다. 마케팅 비용도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7조9000억원에서 더 낮췄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진이 3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 삼성전자의 성장이 끝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마트폰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은 시장점유율이 가장 중요한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35%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하락세다. 2016년에는 20% 중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 다만 반도체 부문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럼 주가가 크게 오르기는 어려운 건가.

 “목표주가는 155만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단기적인 호재는 없지만 주주환원정책이 변수다.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금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 하반기 코스피가 박스권을 넘을 수 있을까.

 “연초에는 코스피가 올해 2250선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여전히 낮은 배당수익률 때문에 코스피 상단을 낮춰잡아야 할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은 연초 실적전망을 보면 주가가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결과는 부진한 경우가 많아 주가가 절대 싸다고 보기 어렵다.”

 -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을 특히 강조하는 것 같다.

 “요즘 해외에선 인컴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저금리가 계속되다 보니 투자자들이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채권이자와 배당수익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컴펀드의 투자대상이 되려면 최소한 배당수익률이 2~2.5%는 돼야 한다. 인컴펀드 입장에선 배당수익률 1%대인 삼성전자는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셈이다.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아직 1% 정도로 중국(3%)과 대만(2%)보다 낮다.”

 - 그래도 유망하게 보는 업종이 있다면.

 “은행과 조선 업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두 업종 모두 오랫동안 부진했는데 그동안의 악재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나빠지긴 어렵다.”

 투자은행으로 출발한 CIMB그룹은 2000년대 들어 동남아 각국의 은행·보험·증권사를 인수하면서 급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는 119조원으로 외환은행보다도 작지만 순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국내 1위인 신한은행을 넘어섰다. 한 마디로 실속 있는 장사를 한 셈이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CIMB그룹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이다. CIMB증권 역시 영국계 투자은행의 아시아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성장했다. 인수할 기업을 고를 때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본다. 우리가 약한 분야를 보강할 수 있는지, 기존 사업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다.”

 - 동남아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이나 증권사에 조언한다면.

 “현지화가 중요하다. 해외에서 장사하려면 그 나라 사람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본다. CIMB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공동대표 두명을 모두 한국인에게 맡긴 것도 그런 맥락이다. 현지법인장을 대부분 자국인에게 맡기는 한국이나 일본기업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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