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문학상무용론”|「콩쿠르」상은 대출판사가 독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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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학상무용론이「프랑스」에서 일고있다. 「콩쿠르」「르노드」 「아카데미·프랑세즈」 「페미나」「메데시스」등 많은 문학상들이 원래 창설취지와 달리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몇 개 출판사들의 이익만 늘려주며 수상작가들을 벼락부자로 만들어주는「스캔들」적 부작용만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베르나르·크라벨」은 『세계에 권위를 자랑하는 「콩쿠르」상은「파리」의 3대출판사의 독무대가 되고있다』고「르·몽드」지와의 회견에서 비난성명을 발표, 심사위원을 탈퇴함으로써 문학상무용론이 표면화했다.
68년에 「콩쿠르」수상, 71년에 심사위원의 영광을 받았던 「크라벨」은 『「프랑스」3대출판 「그룹」인「스토크」 「그라세」「파야르」의 사업이「콩쿠르」상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거작을 출판만해도 결코 수상의 영광은 없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3대출판 「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로랑·도르주레스」심사위원은 아무리 「알벵·미셀」출판사가 위대한 소설을 출판해도 투표하지 못했다. 왜냐면 이 출판사는 그의 소설 비평서를 맡아준 단골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로베르·라퐁」출판사의 거작에 찬성표를 던진다면 얼마후 나는 「라퐁」 출판사의 수표를 받아먹었다는 모함을 받게 된다』고 예를 들었다.
금년도 「콩쿠르」상 결정이전에 탈퇴한「크라벨」의 예언은 적중했다. 그가 지적한「그라세」출판사의 『페라지·라·샤레트』가 「콩쿠르」 수상작으로 지난 19일 뽑혔기 때문이다.「콩쿠르」형제가 금세기초 문학상을 창설했을때 가장 유망한 신진작가로서, 더구나 가난해 창작에전념할수 없는 그들의 슬픈 전철을 밟지 않도록 1~2년 동안의 생활비를 준다는 단순한 목적을 지녔었다.
1903년 제1회「콩쿠르」는 「앙트만·노」의 『적의 힘』에 수여되었고 불과 10여부만이 수상후 팔렸었다. 1910년대의 「콩쿠르」 수상작들도 불과 수백부 팔리는데 머물렀고 20년대도 수천부정도의 부진세를 보였다. 그러나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콩쿠르」 수상작들은 적어도 1백만부는 간단히 돌파하게 됨으로써 출판사의 사활이 걸린 대사업이 된것이다.
문학상 무용론자들은 문학적 가치를 올바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계속 비판한다.
10명으로 구성된「아카데미·공쿠르」는 수많은 문학거물을 수상대상에 올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좁은 문』의「앙드레·지드」「아랭·푸르니에」「아포리네르」「지로루」「막스·자코보」「코레트」「마르탱·뒤·가르」「폴·모랑」「장·콕토」「프랑스와·모리악」「앙리·몽테르랑」「장·지오노」「쥐리앙·그린」「마르셀·애메」「사르트르」「세린」등이 문학상에서 제외되었으니 문학상이 기여한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앙드레·말로」「시몬·드·보브와르」「쥐리앵·고라크」「망디아르그」「미셀·투르니에」「파트리크·그랭빌」「모디아노」등을 배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문학상유용론자들의 반격이다.
문학상 찬반논쟁이 치열하자 절충안이 속출한다.
ⓛ신인발굴에만 매달리지 말고 문학기여에 역점을 두어 중견의 거작에 수여하자는 방법.이미 「콩쿠르」는 「아카데미·프랑세즈」 수상자인 「투르니에」 와 「모디아느」에게 수상했고 따라서 신인상과 대작상을 구분시겨야 한다는 주장. ②문학상의 진정한 공헌을 위해서는 작품위주의 수상보다는 작가중심이 바람직하다. 「노벨」문학상처럼 한작가의 전작품을 총체적으로 평가, 작가에 수여하자는 주장. ③봄·가을 2차수상의 주장-. 이것은 「콩쿠르」 나「페미나」의 권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문학상 개혁안은 금년도 「콩쿠르」가 일단 잡음없이「앙므닌·마이에」여사에게 돌아감으로써 건재를 과시했으나「프랑스」의 문학상 시비는 앞으로 풍토개선의 필요요소로 부각된셈이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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