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대결의 파문 어디까지(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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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동최강을 자랑하던「이란」군이 회교혁명이후 거의 붕괴되어 지금「이란」은 군사력의불모지처럼 되어가고 있다.
친미「팔레비」정권은 군사제도와 훈련장비를 주로 미국에 의존하면서「이란」군을 사실상 미국세계전략의 일환으로 편성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반미「호메이니」가 집권한후「이란」군은 기본구조가 흔들리면서 사기도 최저상태로 떨어져「종이호랑이」상태다.「이란」지도층들은 한결같이『미국은 무력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그들의 이같은 발언은 오히러 기원에 가까운 어조다.
퇴역장성을 대거 재기용
「이란」군의 마비는 ▲장성급등 군 고위지휘관의 지휘체계 붕괴 ▲군사장비의 부품부족과 사용중지로 인한 임전태세미비 ▲「호메이니」의 군사력 강화반대 ▲회교혁명평의희의 권한 강화로 인한 군부세력의 상대적약톼 ▲이같은 상황으로 인한「이란」군의 전반적인 사기저하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휘체계의 붕괴가「이란」군으로서는 가장 큰 문제다. 회교혁명 직후 군고급지휘관급의50여명 처형으로 군통수력에 결함이 생겨 「이란」군은 42만명의 병력을 갖고도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팔레비」시절, 모든 군사작전이「팔레비」의 지시 하나하나에 따라 움직여졌던때와 비교하면 군부는 사실상 행동의 구심점을 상실했다.
「호메이니」가 지난3월「쿠르드」족 반란때 스스로를「이란」군통수권자로 임명해 절대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의 통수권은 군부를 일사불란하게 이끌어 가기에는 미흡하다.
거기다가 「이란」 육해공군의 상호 협력이 깨어져 있다는 분석과 퇴역장성들의 대규모 재기용은 군부내 위계질서의 혼란을 빚어내고 있다.
『우리는 자체방어에 필요한 만큼의 군대만 필요로 한다』는 군사력 축소정책과 미국의 군사장비 부품공급중단도 「이란」군의 군사작전에 커다란 제동조건이다.
「이란」군은 현재 8백75대의「치프텐」등 모두 1천6백20대의「탱크」와 지대공「호크·미사일」4기. F-14 80대를 비롯한 전투기 4백59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60% 정도가 부품부족과 정비미비로 사용불능 상태다. 그때문에 현재「이란」군의 절반만이 겨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제장비도입에 달러낭비
더우기 한때 9천명에 이르렀던 미군사기술자가 대부분 철수한 요즘「이란」은 이들 미제최신장비를 가동할 힘도 비례해서 약화됐다. 「이란」정부는 이에 대한 고민으로「포크·미사일」과 F-14전투기를 미국에 반환하거나 제3국에 판매할것도 검토할 정도였다.
「호메이니」가 90억「달러」의 대미군사장비구입계약을 취소한 것 역시 「이란」군에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이것은 대미·대소군사우호조약의 폐기와 함께「호메이니」의 비동맹외교노선 선언에 따른 대미군사의존 탈피라는 의도이기도 하지만「팔레비」가 미제군사장비구입에 엄청난 「오일·달러」를 낭비했다는데 대한 비난을 현실화한 것이었다b
이같은「호메이니」의 조치는 대규모 정비시설과 장비가 소요되는 함정의 정비에 미친 영향도 컸다. 따라서 잠수함l척, 구축함 3척, 「프리기트」함 4척등 모두 43척의「이란」해군의 작전능력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이란」에서 득세하고 있는 무장세력은 혁명평의회의 힘의 바탕이 되고있는 회교혁명군이다. 회교경비대로 블리는 이 혁명군은 현재 1만∼2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혁평에「이란」군부지도자가 한 사람도 끼어있지 않은데 비해 「하마네이」가 혁명군사령관자격으로 혁평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혁명군은 약화된「이란」경찰의 치안역할도 겸해 시가지를 활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정규군은 그렇지 않다.
이컷은「호메이니」가 정규군의 개입을 원하지 않고 있는데서드 연유하고 있다.
이같은 군대내부의 불만은 「호메이니」열풍이 조금 식어질 때면 반「호메이니」「쿠데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특히「이란」군 장교들은 대부분이 미국의 군사교육과 훈련을 받았고 개인적으로도 미군 장교들과 상당히 가까운 교분을 쌓아온「테크너크래트」들이다.
서구적인 사고와 행동에 익숙한 이들이 반서구인「호메이니」에게 쉽게 이끌려가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상황때문에「호메이니」가 이번 인질사건에서 전국민의 열띤 지지를 모으는데 성공했으면서도 대미무력 저항을 강력하게 선언할수 없는 요인이 되고있다.
『미국은 무력사용을 안할 것이다』(「모인파르르」석유상, 「마다니」 해군제독),『영·불·독은 미국의 무력개입을 사전에 저지해 주기 바란다』 (호메이니)는 등의발언은 그같은「이란」의 사정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b
특히 「바니-사드르」전외상이 『미국이 침공하면「이란」내 주요 석유산업을 폭파시킬것』이라고 자해위협 한것도 실은「이란」군의 약점을 솔직이 실토한 것이다.
지난9윌「이란」해군과 해병대는「페르시아」 만에서 40척의 전함대를 동원해 군사훈련을 했었다.
이것은「페르시아」만을 통과하는 중동석유통로의 보호를 위한 예비검토작전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란」 해군의 저하된 실전능력을 검토해 보지 않을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3월과 8월의「쿠르드」족 반란진압작전에서「이란」육군이 생각보다 약화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진정한 힘은 총칼이 아니다"
따라서 당면한 미군의 군사위협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외 「이란」접경지역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소련의 위협도있고 날로 악화되어가고 있는 대「이라크」관계등을 감안할 때 「호메이니」가 당면한 큰 문제중의 하나는 역시 「이란」군의 재편작업이다.
「나폴레옹」은 국민개병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국민군,「볼셰비키」는 혁명사상으로 무장된 노농계급의 「붉은군대」(적군)를 새로 창설·육성하여 국내 혁명에 대한 외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각국에 혁명을 수출했다. 그러나「호메이니」는 무엇을 가지고 대내·대외적으로 혁명을수행해 나갈것인가.
『우리의 진정한 힘은 총칼이 아니다.「알라」신과「이슬람」자체가 우리의 힘이요 국방력의 근원이다』 -「호메이니」의 이외침이 언제까지 통할지는 두고 볼일이다. <진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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