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서 '100억 미사일 시위' … 발사지점도 점점 남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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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3일 오전 스커드-C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6월 29일과 7월 9일에 이어 보름 새 세 번째 발사다. 올해에만 다섯 번째, 모두 10발의 스커드-C 미사일을 쐈다. 스커드-C는 사거리 500㎞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이 1980년대에 개발한 스커드-C 미사일은 한 발 쏘는 데 드는 비용이 50억원 안팎에 이른다. 익명을 원한 탈북자는 “북한이 이란 등 해외에 판매하는 미사일은 사거리 1㎞당 1만 달러로 책정한다”며 “500㎞를 날아가는 스커드-C의 경우 500만 달러를 호가한다”고 말했다. 수출용이 아닐 경우 비용이 더 낮아질 것이란 점을 고려해도 이동이나 실제 사격에 동원되는 다양한 장비 등을 고려하면 이날 2발 발사할 때 든 비용은 1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군 당국의 관측이다.

 북한은 통상 원산 인근이나 평안남도 화진 등 동·서해안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해 왔으나 최근 들어 발사지점을 확대하고 있다.

 13일엔 개성 북서쪽 10여㎞ 떨어진 곳에서 발사했다. 휴전선과는 불과 20여㎞ 거리다. 지난 9일 발사지역도 황해도 평산 인근이었다. 군 관계자는 “9일엔 황해도 평산 일대에 있는 기지에서 나온 차량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가 숲과 터널 등에 숨어 있다가 새벽에 기습적으로 쐈다”고 밝혔다. 이번은 그때보다 20여㎞ 더 발사지점을 남쪽으로 옮겼다. 최근 2차례 발사 모두 내륙을 관통해 동해안 쪽으로 500여㎞를 날렸다.

 지난달 30일 국방위원회 특별제안에선 남북 상호 비방 중지를 거론하고 인천 아시안게임 선수단·응원단 파견을 추진하면서도 남북 화해협력의 결과물인 개성공단 인근에서 미사일을 쏜 셈이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 연구원장은 “사거리 3000㎞에 이르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스커드-C만을 동원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남한 전역을 사정거리에 둔 미사일을 다양한 곳에서 쏘면서 압박하고 주목을 끌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외교부는 북한의 연이은 스커드 미사일 발사를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결의(1718호·1874호 위반) 위반으로 규정해 유엔 북한제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단순한 위력시위가 아니라 실제 대남 공격을 염두에 두고 전력을 점검하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군 고위 당국자는 “최근 농사에 동원된 북한군의 숫자가 대거 줄었고 주로 새벽시간대에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미사일 발사 준비 상황과 우리 군의 대응태세를 다양한 방법으로 점검하는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이 지난달에만 6차례 휴전선을 넘는 전방 침투훈련을 실시했다는 점, 최근 서해와 동해에서 대규모 화력 및 상륙훈련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주시하고 있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이 서해 남포와 동해 금강산 일대의 섬에 사격훈련용 표적을 설치하고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며 “모두 육지와의 거리가 10여㎞에 불과해 백령도와 연평도 공격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손에 미사일을 든 북한은 또 한 손으론 남북 관계 개선 카드도 계속 들고 있다.

 정부는 17일 판문점에서 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 파견 문제와 관련한 남북 실무접촉을 열기로 했다. 남북 체육 실무접촉이 열리는 건 2003년 대구 여름유니버시아드 이후 11년 만이다.

정용수·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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