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파문 뿔난 메르켈 "미국 달라지길 희망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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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변화가 있기를 희망한다.”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가 12일 독일 공영 ZDF 방송 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달 초 독일의 한 정보요원이 러시아를 위한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조사한 결과 미국에 218건의 문서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한 미·독 간 이중 스파이 갈등을 두고서다. 이후 유사한 혐의로 국방부 직원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급기야 독일 정부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베를린 지부장을 추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메르켈 총리 도청 사실이 공개된 후 불거진 갈등을 어정쩡하게 봉합했던 양국 사이에 다시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보고를 받곤 화가 났느냐”란 질문에 “얼마나 화가 나는지가 문제가 아니다. 나에겐 정보기관의 임무에 대해 양국이 근본적으로 다른 인식을 하고 있다는 징후였다”고 말했다. 이어 “ 이러한 일이 벌어질 때는 서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할 수 없다”고도 했다. 특히 동맹국 간 신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더 이상 냉전시대가 아니며 다양한 위협에 노출돼 있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측 인사는 “러시아나 중국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여기나 미국은 신뢰했다. 이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린 것”(뉴욕타임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독일의 대응 방식에 불편해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차이가 발생하면 우리는 구축된 비공식 채널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며 “미디어를 통한 방식을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에선 독일의 국방부 직원이 CIA가 아닌 미 국방부와 접촉하던 사이인데 별다른 스파이 활동을 했겠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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