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스런 김장담그기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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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예로부터 김장은 겨울철 귀중한 반(반)양식으로 각가정의 가통과 주부의 솜씨로 이어지는 맛이었다. 또 개성의 「쌈김치」, 함경도의 「동태식혜」, 평안도의 「동치미」, 전라도의 「고들빼기」등처럼 각지방의 토산물과 기후가 어울려 만들어낸 「고향의 맛」이기도하다. 요즘같이 각지방 인구가 섞이고 핵가족제가 일반화될수록, 그러나 김장맛은 비록 「지방색」이 엷어졌다해도 「우리집의 맛」으로 더욱 소중하게 닦아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대량생산·획일적 생활을 하는 현대도시인들에겐 더욱 필요한 따뜻한 맛. 가족들에게 우리집만의 별미를 보여주는 주부의 정성이기 때문이다.
가정주부 이명자여사(39·성북구동선5가)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오이를 한접씩 사다가 오이지보다 2배쯤 짜게 소금으로 절여놓는다. 이것을 김장 사흘전에 꺼내어 3일정도 몰에 담가 짠맛을 적당히 우려낸 다음 7cm정도길이로 잘라 3군데에 칼집을 내고 배추속을 꾹꾹 끼워넣어 항아리에 배추김치한켜 오이한켜씩으로 담는다.
『김치가 익으면 함께 꺼내 먹는데 아삭아삭한 맛과 함께 한겨울에 먹는 오이라서 그런지 식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랍니다』고 이여사는 우리집만이 갖는 맛이라고 자랑한다.
연극연출가 강유정씨(여인극장대표)는 고향이 진주.
배추를 개성「쌈김치」비슷하게 담가 동치미국물속에다 돌로 눌러두었다가 하나씩 꺼내먹으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고 소개한다.
북어를 잘 두들겨 뼈를 뺀후 네모꼴로 썰어 깍두기와 함께 버무린 것도 이 댁이 즐겨 담그는 김장중의 하나. 김치가 익으면서 북어살이 보들보들해지는데 짭짤하고도 달콤한 맛이 나는 훌륭한 반찬이 된다고.
생선이 풍부한 함북 무산이 고향인 한계은여사(54·강서구화곡동)는 『함경도에는 물좋은 대구가 흔해 김장에 꼭 들어갔다』고 회고한다. 요즘은 대구가 귀해 동태를 대신 넣는데 왠지 아쉬워 조금씩이라도 구해서 넣는다고.
한여사가 아직도 잊지않고 해마다 담그는 고향의 맛은 파김치. 중간크기의 파를 이틀쯤 절여 매운맛을 빼고 10cm정도의 길이로 썰어 둘씩 묶는다.
여기에 고등어등 물좋은 생선을 폭 끓여 기름을 걷어내고 식힌다음 베보자기에 걸러만든 국물을 붓는다.
그리고 마늘·실고추·풋고추등을 넣는데 시원한 국물이 된다고한다.
이렇듯 각 가정에 딸 담그는 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맛을 내는 요령은 배추절이는 시간(12∼13시간)과 저장온도(0∼5℃)에 달려있다고 요리연구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리고 배추속은 너무 많이 넣으면 김치가 쉬 무르므로 되도록 줄이고 대신 무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켜켜로 박아두면 국물이 시원하게 된다.
배추속을 넣을 고춧가루는 하루전에 물에다 개어놓으면 버무리기가 한결 쉽다. 색깔도 고와지고 양이 늘어나므로 경제적이다. <이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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