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줄다리기"3주째|미-이란의 득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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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l7일째로 접어든 주「테헤란」미국대사관 인질사건은 미국과 「이란」 두 나라 모두에 이미 몇 가지 손과 득의 구분을 뚜렷이 해주고 있다.
「이란」 의 「호메이니」옹은 이번 인질사태에서 얻은 이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호메이니」가 「이란」국민의 반미감정을 결집시켜 국민전체의 정신적 단합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호메이니」 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필요한 지도력의 강화를 가능케 한 것이다.
또 미국뿐 아니라 강대국의 간섭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약소국들에「후련한 기분」을 안겨준 것은 「이란」 이 약소국들 특히 제3세계 진출에 지지 발판을 획득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호메이니」가 상실한 것도 적지 않다. 그는 국제관례를 무시하고 외국대사관을 점거, 외교관들을 인질로 삼아 서방사회에서는 「국제적 무법자」라는 나쁜 인식을 주고있다.
석유수출국기구 (OPEC)를 중심으로한 「아랍」 국가들이 이번 인질사태에서 「이란」 의 주장을 지지하겠다고 말은 하고 있으나 그 「지지」의조건이 인질석방을 전제로하고 있음은 「호메이니」가 만족할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적극적인 지지를 확인한 나라가 강경「아랍」국들인 「시리아」「리비아」 에 불과하고 동구의 「알바니아」정도가 고작이다.
소련도 북미군사행동 경고외에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있고 서구각국은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지키면서도 내심 이번 인질사태를 달가와하지 않고있다.
여기에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이 「팔레비」를「이집트」로 초청하는등 반「이란」 「캠페인」에 앞장서고있고 미국의 입김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쿠웨이트」「바레인」 「오만」 등 「아랍」 왕국들이 다른 강경파 「아랍」국들과 견해를 약간 달리하는 것은 「호메이니」 의 중동에서의 국제적 위치를 상당히 약화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이란」경제보복 조치는「이란」 국민들의 은행예금 인출소동을 불러일으키는 등 국내 경제 및 사회불안을 몰고 왔다. 「카터」 대통령의 「이란」 소유의 미은행예금 동결조치로 「이란」은 당장 현금의 부족을 느끼고 있다.
그 때문에 「이란」으로 가려던 서방국들의 수출품 등 선적이 중단됐다. 「이란」 은 석유수출에 어려움이 없다고 장담하고있으나 이같은 자금부족징조로 「이란」 의 해외건설업체들의 조업에 지장을 줄지도 몰라 석유수출을 계속 중단할 수는 없는 사정이다.
특히 미국의 무기부문 수출금지조치는 미국식무기체제로 돼있는 「이란」의 군비에 중대한 차질을 주개 될것이다.
이번 인질사태로 반미감정이 고조됨에 따라「이란」내 반「호메이니」세력이 입을 봉하고는 있다. 그러나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날 경우 지식층과 반 「호메이니」 정치세력이 이번 조치가 가져온 경제적 압박과 외교적 고립을 따지고 나올 것은 분명하다.
「호메이니」의 지지기반인 서민층, 특히 빈민층이 미국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이란」경제의 악화때문에 반 「호메이니」로 돌변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그렇게될 경우 미국이「팔레비」 를 돌려보낼 가능성이 희박한 지금 그에 따른 「보상없는 손실」만이 「호메이니」가 감수해야할 무거운 짐이 될지도 모른다.
「카터」미국대통령은 계속시비가 되어왔던 자신의 지도력 논쟁이 상당히 누그러지는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미국민의 감정이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대「이란」응징으로 모아져가는 가운데 모든 관심이 「테헤란」 에 쏠림에 따라 「카터」 는 항상 열세를 보여왔던 「케네디」 상원의원과의 인기경쟁에서 조금씩 만회하고있다. 더우기 백악관으로 향했던 「인플레」에 대한 국민불만도 일단 주춤한 상태다.
그리고 미국은 회교혁명이후 계속 미국을 난처하게했던 「호메니이」 를 「응징」할수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이 잃은 것 역시 적지 않다. 우선「이란」산 석유금지 조치로 당장 국내 석유공급에 주름살이 오고있다. 또 대국으로서의 체면이 형편없이 깎인 것은 앞으로 미국이 이른바 「우방」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때 적지않은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이 여파는 당장 0PEC각국에 대한 영향력축소로 나타날 것이다. 또 미국은 남미에 제2 의 「니카라과」 나 「볼리비아」 의 탄생을 억제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아프리카」각국들로부터도 만만찮은 도전을 받게 될것이다.
이 가운데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번같은 미대사관 인질사건이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카터」대통령은 앞으로「이란」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추궁으로 선거중 곤경에 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팔레비」를 송환하지 않으면 나머지 인질 모두를 재판에 회부하겠다는 「호메이니」 의 위협은 인질주동자들인 「이란」 학생들의 체면을 세우면서 명분을 지키려는 조치로 보인다. 』 미국무성관리의 이같은 분석은 사실 일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진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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