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대 생긴이래의 "11월 강추위" 서울 영하 11도1분|김장채소·농작물 심한 동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2일부터 시작된 한파는 14일 아침 서울지방의 기온을 최저 영하 11도1분까지 떨어뜨려 11월1일부터 15일까지의 11월 기온으로는 중앙관상대 창설(1907년)이래 72년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기상이변을 낳았다. 관상대는 14일 상오 제주와 전북 서해안지방을 제외한 전국에 건조주의보가 계속 발효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추위는 15일 아침 서울 영하 7도, 중부내륙 영하 9도까지 기온을 떨어뜨린 뒤 하오부터는 누그러져 16일에는 서울 영하 3도, 중부내륙 영하 6도, 주말인 l7일에는 예년기온을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전방고지의 기온은 더욱 심해 설악산 영하 25도, 향로봉 영하 24도, 대성산이 영하 22도나 됐다. 중앙관상대는 대륙성고기압이 예상보다 강하게 우리나라를 덮쳐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4일 아침 지역별 최저 기온은 다음과 같다. (단위=영하섭씨·도) ▲인천=11.0 ▲수원=11.0 ▲서산=8.2 ▲대전=9.3 ▲청주=9.8 ▲속초=6.5 ▲강릉=6.9 ▲군산=7.2 ▲전주=4.9 ▲광주=3.7 ▲목포=3.0 ▲여수=2.7 ▲추풍령=9.0 ▲울진=6.1 ▲포항=5.8 ▲진주=6.0 ▲충무=3.1 ▲울산=5.1
초겨울을 기습한 강추위로 미처 거둬들이지 못한 농작물과 대풍을 이뤘던 무·배추 등 김장채소가 막대한 동해를 입었다. 특히 채소주산지인 전북·충남·전남의 서해안지방에는 최고 24㎝(군산)의 눈까지 겹쳐 농민들은 30%이상의 감수가 예상된다고 말하고있다.
김장채소의 피해가 심한 것은 농민들이 추곡수매 등으로 일손이 부족해 대부분 수확을 못한데다 올해 따라 전례 없는 채소대풍으로 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김장대목까지 기다리기 위해 그대로 밭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채소재배농가에서는 올 김장농사를 망쳤다고 한숨쉬고 있으며 피해 입은 채소의 과잉출하로 값도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습추위로 전국에서 많은 화재가 났으며 연탄·전력소모량이 크게 늘었다.
농작물 피해
【홍역】 13일 하오 영하 9도의 갑작스런 추위에 12㎝의 눈이 내린 홍성지방의 경우 추곡수매 등으로 일손이 부족한 일부 농가가 고구마·생강 등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한 채 한파와 눈 속에 묻혀놓고 있다.
또 홍성군내 5백48정보의 무우밭과 7백48정보의 배추밭이 갑자기 닥친 한파에 꽁꽁 얼어붙어 있다.
생강의 주산지인 서산군의 경우도 보리갈이·타작 등으로 달리는 일손에 수확기를 놓친 수백정보의 생강이 모두 한파에 얼어 수억원의 피해를 보게되었다.
서산군인지면성리의 유주옥씨(59)는 1천4백여평이나 재배한 생강을 단 1㎏도 수확하지 못한 채 한파에 모두 폐농됐다고 했다.
화재
날씨가 추워지면서 화재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화재가 났다.
서울에서는 13일 상오7시부터 14일 아침까지 모두 2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한편 내무부는 13일 상오11시를 기해 서울·경기·강원·충청·전남북 내륙지방과 영남일원에 화재주의보를 내리고 전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은 비상근무와 함께 화재예방활동을 강화하라고 14일 각 시·도에 지시했다.
▲13일 하오5시l5분쯤 국림공원 설악산의 동서분수령인 마등령정상에서 원인 모를 산불이 일어나 때마침 불어온 초속 15m의 강풍을 타고 인근으로 번져 활·잡목지대 I만5천여평을 태우고 6시간만에 꺼졌다. 【속초】
각급 학교
13일 시내 각급 학교에서는 미처 난로를 설치하지 못해 단축수업을 하기도 했다.
서울혜화동동성고등학교, 장위동 광운전자공고, 서울사대부속여증 등은 수업시간을 2시간 단축, 오전수업만하고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그러나 서울 강아동 창문여고 등 일부학교는 난로도 피우지 않은 채 수업을 계속,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영등포동4가123 영남국민학교의 경우 12월에나 설치하려던 난로를 13일 급히 설치하고 4, 5, 6학년은 오전수업만 했다.
병원
서울양동501 한독병원의 경우 평소 4∼5명이던 감기환자가 13일에는 10여명으로 2배 이상 늘었고 서울을지병원은 평소 30여명에서 50여명으로 늘어났다.
을지병원의 한 의사는 이번 감기는 콧물·기침환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며 날씨가 풀리면 환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탄가게
시내 대부분의 연탄가게의 경우 13일 주문량이 평소보다 50%이상 많았으나 일손이 달려 배달을 하지 못했다.
13일 서울시내에서는 평소보다 50만장이 더 많은 8백50만장이 팔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