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휴전선 물샐틈도 없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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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토를 지키는 최전초는 한치의 빈틈이 없다. 13일로 계엄18일째. 휴전선 최전방의 병사들은 그 어느때보다 사기가 높다. 바다를 지키는 수병은 경계의 눈초리를 더욱 날카롭게 하고있다. 하늘의 보라매들은 어떠한 적의 기습공격에도 대응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 10·26사태이후 전방은 더욱 철저하게 경계태세를다지고 있다.
『적이 쳐 내려온다해도 이진지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없을 것입니다』-.
수도방위선의 서북쪽 최남단-. 서부전선 임진강비무장지대의 철책선을 지키는 초병 안충식 병장(24·경기이천)은 적을 남방한계선 이남으로 한치도 들여놓지 않겠다는 결의에 차있다.
국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시해된 충격의 그날-. 「10·26」사태 이후 밤과 낮을 번갈아 억새풀 무성한 전초부대 최전방 초소를 지키는 안병장은 전선을 지키는 모든 병사들이 오히려 후방을 염려하며 수도서울을 비롯, 전국토를 사수할 결의에 차 있다고 전했다.
이곳 철책선에서 수도서울까지 불과 24㎞. 팔을 뻗치면 북쪽땅 개성 송악산이 손에 잡힐듯이 가까운 곳이다.
광활한 평야와 구릉으로 이어진 이전선은 적의 수도권침공의 길목이기 때문에 수도권 방어전략상 가장 중요한 요충.
이요충을 육군의 최정예○○부대가 지킨다.
임진강을 천연의 장애물로, 통일로와 한강을 측방에 낀 이부대는 6·25때와 월남전선에 서 용맹을 떨쳤다.
「상승」의 전통은 전선을 철통같이 지키고 훈련을 거듭하는 선봉부대의 긍지로 이어졌으며 「10·26」비상사태로 휴가장명 32명이 자진귀대해 부대명예를 뒷받침했다고 정훈참모 배영복중령(36)이 전한다.
고향인 충북영동에 휴가간지 3일만인 10월27일새벽비상사태를 방송으로 전해듣고 부대로 달려온 예하7263부대 A포대 박동식상병(22)은 평소지키던 포진지가 적의 기습을받지않을까, 걱정이되어 밤새워 포진지로 달려왔다고 했다.
이부대 ○○고지 관측장교 정권규소위(25)는 참극의 그날새벽에 당직, 「라디오」로 시해사건을 알았다.
비상경계에 뒤이은 충격적인 발표에 적의 도발을 우려, 두눈 부릅뜨고 적정을 살폈으나 약간의 병력증강이 포착됐을뿐 별다른 도발이 없었으며 앞으로 사태가 벌어지면 첫 포탄에 적의 주요진지를 박살내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같은 병사들의 드높은 사기는 평소 강훈련을 통해 닦은 전투력으로 적을 단숨에 무찌를 자신이 있는데다 대부분이 고졸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아 안보의식이 투철하기 때문이라고 부대장 김중령이 전했다.
장병들의 훈련상황은 눌라울 정도.
A포대의 한 관측병은 임의로 목표물을 제시하자 곧바로 사격요청을 시작했다.
이같은 재빠른 사격요청은 이병사가 이미 그 목표물에 대한 제원(제원)을 술술 외고 있기 때문.
때마침 OP에서 사격요청이 오자 막사에서 휴식을 하던 병사들이 용수철처럼 포진지로 뛰어나가 「차렷 포」하고 제l탄을 쏘는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부대 「탱크」중대 전차병들은 「단발에 해치우는것」을 신념으로 삼고있다. 중대장 김정득대위(33) 는 부대정면이 개활지여서 적기계화부대의 주공격로가 될것으로 예상되며 적「탱크」를 휴전선에 묶어두기위해서는 첫발에 결단을 내야한다고 했다.
따라서 적「탱크」를 포착해 5초안에 첫 포탄을 발사하는 표적포착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전차의 생명인 궤도의 재결합에 드는 최소 소요시간을 20분에서 12분대로 절반이나 줄였다고 자랑했다.
『부대사병 95%가 특등사수지요. 병사들중에는 사격왕·태권왕·격투왕등 개인전기의 「챔피언」이 매달 정기적으로 뽑히고 이들의「선봉용사」다툼을 통해 부대전투력을 높이고 있읍니다』
병사들은 병사들끼리, 부대는 부대끼리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전투력을 연마하고 있으며 우수한 장비, 질좋은 보급이 장병들의 사기를 뒷받침하고있다고 이부대 참모장이 훈련계획을 밝혔다. 장병들은 진지를 사수, 수도권을 지킬 각오라고 다짐했다.【서부전선=이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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