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질서로의 착실한 이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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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일 발표된 최규하대통령권한대행의 특별담화로 우리는 이제 새 시대의 장을 열기 위한 역사적 준비 과정에 들어섰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국운의 성쇠가 결정되고 민생의 행·불행이 좌우되는만큼 최대행이 적절히 지적한대로 이 문제는 국민적 능력의 시험대라고 할만하다.
최대행이 밝힌 정치「스케줄」은 자신의 대행기간중 통일주체국민회의를 소집, 정식 대통령을 선출하고 이대통령하에서 개헌을 단행하여 개정된 새 헌법질서하에서 대통령·국회의원선거를 실시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같은 순서는 헌정질서의 단절을 회피하고 안정구심점을 먼저 확보한후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반영시키자는 취지에서 당연한 순리다.
따라서 새 대통령선출후부터 시작될 개헌작업에 몇달이 걸릴지, 새헌법에 의한 대통령선거가 언제 실시될지는 아직 명백하지 않으며, 그때까지는 여전히 현헌법질서가 유지되는 셈이다.
「10·26」사태이후 이번 최대행의 담화에 의한 「정부발전」논의가 나오기까지의 우여곡절이야 어떻든 최대행의 방향제시는 국민여망과 안정유지를 고려한 합리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한다.
또「10·26사태」가 있은지 불과 보름만에 정부가 이처럼 신속하게 시국수습의 대강을 제시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되며, 이만큼 안정된 정세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힘이된 군의 의연한 자세 역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군이 처음부터 민간정부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고 정계엄사령관이 밝힌것처럼 사태의 조속한 수습으로 국토방위라는 본연의 임무에 복귀한다는 원칙을 정립·제시한것이 헌정의민주적 발전을 추진하는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최대행의 이번 담화가 확실히 시국향방에 관한 국민의 불안을 씻고 민주화로 가는 밝은 내일을 예고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으로 매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보장은 될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최대행이 밝힌 것처럼 광범한 국민적 합의기반하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빠른 기간내에」개헌을 추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안정이 필수적 전제일 수 밖에 없다. 안정이 유지되는 그만큼 작업 추진도 빨라지고 혼란이 생기는 그만큼 작업이 늦어진다고 보아 무방할것이다. 「각계각층의 광범한 의견을 듣는」과정에서 제세력·제이해관계가 서로 양보없이 상충되고 갖가지 의견, 주장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진다면 모두가 바라는 새 시대의 개막은 늦어질수 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주장은 점진적 성취를 전제로 해야 하며, 주장의 추진방법도 극도로 자제될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빠르게 또한 옳게 국민적 통합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최대행이 밝힌 「정치스케줄」에 규정된 과도체제를 대안으로 가는 교량으로 비유한다면 교량은 대안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 직선으로 가설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국민·정부·군 할것없이 우리는 미구에 전개될 과업이 문자 그대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숭고한 일임을 깊이 생각하여 이 역사적인 과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제각기 최대한의 애국심을 발휘해야겠다.
그에 앞서 또 한가지 소홀히 할수 없는 일은 한 시대를 끝내고 새시대로 이행함에 따르는 일종의 마무리 작업이다.
그것은 과거에 있었던 좋은 일은 앞으로도 쓸데없는 선입감없이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되 과거의 나쁜 일, 과오는 이 단계에서 용기있게 정리·제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차제에 부정·부패·부조리등 사회기강의 기본을 문란케한 전비에 대해서 깨끗한 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정하는 역사적 과정에 들어선 이마당에 우리는 다시 한번 민족적 저력이 발휘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10·26사태」이후 보인 냉정·침착한 국민의 자세나, 국가의 방위태세와 질서유지에 철벽의 태세를 더욱 굳힌 군의 신속·의연한 자세, 충격속에서도 선후를 찾아 재빨리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자세등이 앞으로드 계속 유지되어 새 질서확립을 기할수 있을것으로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허욕·아집·보신제일주의도 용납돼서는 아니되며, 모든 관련당사자들의 허심탄회한 애국심만이 요구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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