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소음공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도시의 소음, 특히 교통소음이 심각한 환경문제의 하나로 부각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소음공해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늘면 늘었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 한 현상이다.
자동차 달리는 소리,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서부터 새벽이면 울려대는 교회의 종소리, 공지사항을 알리는 동회의 고성능「스피커」소리까지 모두 도시민들을 짜증스럽게 하는 소음들이다. 그뿐인가, 요즘은 행상도 「마이크」시대인지 숯장수·생선장수까지 골목을 누비며 마구 떠들어댄다.
이러한 소음이 인체에 얼마만큼의 위해를 주고있는지에 대해서는 갖가지 연구조사 결과가 나온바 있다. 뇌파의 혼란으로 깊은 잠을 잘 수 없고 불쾌감과 그로 인한 피로축적으로 일의 능률을 저하시킨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계산력 저하·기억력감퇴의 원인이 되고 심한 경우 위궤양·「호르몬」균형파괴·혈관의 수축·백혈구감퇴 같은 생리적 부작용까지 생기게 한다는 것이다.
흔히 공해라면 주로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을 연상해 왔지만 소음이야말로 청각으로 전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서불안정·신경질같은 정신적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것임을 주목해야한다.
최근 한국산업관리연구소의 조사 결과 서울시내 간선도로변의 소음도는 주민의 절반가량이 고통을 호소한다는 국제교통소음지수(TNI)의 허용기준치 74를 훨씬 넘어 평균 97.3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조사는 또 삼각지「로터리」의 상명 국민학교나 영등포 국민학교의 경우 한 여름에도 창문을 닫아야 교육을 할만큼 교통소음이 심하여 교사들이 피로와 짜증이 심한 것은 물론 학생들의 성격형성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하고 있으니 비단 시민건강을 위해서 뿐 아니라 2세 교육을 위해서도 시급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게끔 되었다.
도시소음의 주범인 교통소음을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 조항부터 현실성·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재정비해야한다. 물론 「도로운송차량보안규칙」이나 「환경보전법」 및 그 시행규칙 등에 소음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극히 형식적이고 막연하게 되어있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서울시가 금년 초 환경보존법 33조 1항에 따라 학교·종합병원·주거지역 등 1천 5백여 개소를 소음규제지역으로 지정해 보았지만 차량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 결합 때문에 흐지부지되고 말지 않았는가.
요컨대 자동차 생산 단계에서부터 「메이커」들이 소음문제에 신경을 쓰도록 제도적으로 의무화시키고, 서독의 경우처럼 제 목적 외에 경적을 울리면 형사 입건하는 등 벌칙조항 강화 같은 법 보완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마찰음이 적은 노면개발, 정차·발차·변속횟수의 감축, 「클랙슨」의 설계기준 표준화도 해야하며 고속도로변의 소음벽 설치도 제도화 해야한다.
그러나 법의 재정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소음공해를 추방하겠다는 당국의 확고하고 일괄된 의지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내 곳곳에 세워져있는 경적금지 표지만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는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소음에 대한 당국의 인식이 잠자는 단계에 머물러있는 이상 법정비나 보완은 무의미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국의 적절한 규제조치와 함께 일반소음은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으므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계몽운동도 펴나가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