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의박·정신과>|너무 잘 먹어도 건강에 나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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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 많이 하고 많이 먹어야 좋은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신체만큼 정교한 것도 세상에 없다. 적어도 안되고 많아도 안된다.
본능이 층촉된다는 건 만족한 상태이긴 하나 이것도 일정기간·일정량을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배고플 때 불고기가 아무리 맛있어도 무한정 먹 을수는 없거니와 일정량 이상되면 고기맛이 없어진다. 「섹스」도 일정시간이 지나야 다시 생각이 나도록 되어 있다. 이런 것은 모두 과하면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몸 자체가 생리적 방어본능을 발동하는 결과다.
그런데 우리 몸은 부족한데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많은데 대해선 그 경계가 분명치않다. 배고픈 신호는 분명하지만 배부른 신호는 분명치 않아서 웬만큼 먹은 후에도 몇숟갈쯤은 더 먹을 수 있다.
이게 문제다. 풍요로운 사회가 될수록 모자라는 것보다 남아 돌아가는 것이 많아지니까 과용이 만연된다.
과용의 대표적인 예가 「비타민」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보통 환경의 건강한 사람이면 굳이 「비타민」을 따로 복용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몸에 좋다니까 필요이상의 「비타민」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비타민」은 종류에 따라 하루 얼마나 필요한 지를 모르는 성분도 있고 또 필요이상으로 흡수하더라도 다른 영양소와는 달라 몸에 저장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분의 「비타민」은 간에서 분해하여 소변으로 내보내야 하므로 간장 및 신장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어 이게 피로의 원인이 된다. 영양 강장제니 간장보호제니 하고 화려한 선전에 현혹되어 과용하면 보호가 아니라 오히려 나빠진다.
몸을 보한다는 이유로 녹용·부자 등의 한방제도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지 많이만 먹으면 좋다고 덤벼들다간 중추신경의 기능이 약화되어 피로의 원인이 된다. 우리는 보신에 너무 신경을 쓰는 민족으로 세계에 그 유례가 없다면 과장일까. 「호르몬」주사도 그렇다. 정력강장제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선전되어 특히 장년층에서 애용되고 있지만 실제로 나이 60이 넘어도 「호르몬」이 부족한 사람은 전체의 5%도 안된다. 과용하면 몸에 있는 「호르몬」기관이 쇠퇴되어, 진짜 병이 된다.
과용으로 인한 피로 축적의 원흉으로는 「코피」를 빼놓을 수 없다. 이외에도 「카페인」을 주성분으로 하는 「드링크」류 청량음료 등도 모두 일시적으로 기분을 상쾌하게 하므로 피로를 잊게야 하지만 생리적인 의미에선 오히려 축적이다. 마셔 기분좋은 건 거의 예외없이 중추신경흥분제다. 흥분된 이상 피로를 모를 뿐이지 피로가 제거된 건 아니다. 「샐러리맨」들은 흔히 이런 마취제에 중독이 되어 피로를 축적시키고 또 밥맛까지 잃으므로 만성피로의 병을 얻는다. 피로할 땐 쉬어야 한다는 생명의 신호를 마비시켜선 안된다.
술이나 안정제 등의 장기복용도 모두 일시적인 작용이지 피로회복의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물론 이것들이 긴장을 풀어줌으로써 피로회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생리적인 방법도 아닐뿐더러 효과도 일시적이다.
무엇이나 적당한게 건강의 비결이다.(다음은 서울대 의대 김응진 교수의 당뇨병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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