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나도 모르게 … 아디다스 옷 사고, 코카콜라 마시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월드컵은 마케팅의 전쟁터이기도 하다. 전세계 70억 명이 지켜보는 월드컵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도 선수들만큼이나 사력을 다해 뛴다. 최근에는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도 크게 늘어 경쟁은 더 뜨거워졌다.

 그러나 실질적이고 합법적인 월드컵 마케팅은 국제축구연맹(FIFA)을 후원하는 극소수 기업만의 특권이다. FIFA는 2006년부터 후원사 사이에도 등급을 매기고 분류해 기업의 권리를 철저히 보호한다. 아디다스(스포츠 용품)를 비롯해 현대-기아차(자동차), 코카콜라(음료), 소니(전자기기), 에미레이트항공(항공), 비자(카드) 등 6개사는 매년 FIFA에 막대한 마케팅 권리 금액을 지불하는 최상위 후원사(FIFA 파트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상위 후원사가 각각 FIFA에 지불하는 비용을 연간 2500만~5000만 달러(약 252억~505억원)로 추정했다.) 그 밖에 맥도날드·캐스트롤 등 월드컵 대회에 한해 독점적 마케팅 권한을 갖는 월드컵 스폰서, 월드컵 개최국 내 기업이 마케팅 권한을 갖는 국내 서포터가 있다.

 천문학적 금액을 내는 만큼 스폰서의 권리도 확실하다. 월드컵 경기장 안에서 코카콜라를 제외한 타사 음료는 일절 판매 금지다. 신용카드는 비자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FIFA는 앰부시 마케팅(공식스폰서인 것처럼 위장해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글로벌 시장에서 451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아디다스· 나이키·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각 대표팀뿐 아니라 선수 개인을 공식적으로 후원하며 간접적으로도 월드컵에 참여한다. 팀 승패와 선수들 활약에 따라 스포츠 브랜드의 희비도 엇갈린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디다스는 650만 개의 유니폼과 1300만 개의 공인구를 판매했다. 삼선 줄무늬 옷을 입고 우승한 스페인도 판매에 한 몫 단단히 했다. 1970년 멕시코 대회부터 월드컵과 인연을 맺은 아디다스는 브라질 월드컵 기간 동안 연초에 목표했던 축구 제품 연 매출 20억 유로(약 2조7511억원)를 조기 달성했다.

 하지만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얻는 더 큰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FIFA와 44년 동안 관계를 이어온 덕분에 아디다스는 축구 분야 최고의 브랜드로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아디다스는 이미 FIFA와 2030년까지 공식 파트너 계약을 연장했다. 또 코카콜라는 1978년부터 36년째 비알코올 음료 부문 공식 파트너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99년부터 자동차 부문 공식 파트너로 있는 현대-기아차도 2022년까지 FIFA와 계약을 연장했다.

 스포츠 마케팅은 물건을 더 많이 판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마케팅을 통해 해당 분야 최고의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줌으로써 누구나 갖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도 연결된다.

 맥주 브랜드 카스는 미국 기업에 인수되면서 ‘FIFA 월드컵 공식 맥주’라는 타이틀을 사용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는 소비자와 강력하게 소통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들어 월드컵을 비롯한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강형근 아디다스코리아 상무·중앙일보 해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