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조 밴드와의 '즐거운 만남' 커먼 그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들은 나무였다. 그리고 숲이었고 바람이었다. 주인공을 빛내는 역할을 맡은 주변이었다. 그러던 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만의 음악, 우리의 음악을 시작했다. 쏟아지는 땀방울도 힘차게 불어대는 브라스 소리에 날아가 버릴 만큼 그들은 힘차게 첫 발을 내딛었다. 커먼그라운드 공연 이벤트 바로가기 12명의 멤버는 무대를 꽉 채웠다. 소개하는데만도 숨이찰만큼의 인원. 섞인 인원만큼 그들이 구사하는 음악도 재즈 형식에 힙합, 소울, 펑크(Funk), 레게(Reggae) 등이 강한 비트로 혼합된 '애시드소울'이다. 클럽 밴드 '펑크 사이즈드(Funk Sized)'와 브라스밴드 '호니 플레이(Horny Play)'의 멤버들이 뭉친 '커먼 그라운드'가 표방하는 음악은 '그루브'다. 말 그대로 화려하고 유쾌한 음악을 하겠다는 것이다. '화려함과 유쾌함'은 그들만의 강점인 대규모 브라스(관악) 섹션과 잘 어울린다. 멤버 자신들의 말처럼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브라스섹션(섹소폰2, 트렘펫2, 트롬본1)을 갖췄고 12명의 호흡은 어수선할 것이라는 생각을 깨고 척척 들어맞는다. 반응도 뜨겁다. 세계적 재즈거장들이 거쳐간 뉴욕의 명소 '블루노트'.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까다로운 심사를 받아야하는, 연주자들에게는 한 번쯤 서보고 싶은 무대다. 한국에 새롭게 문을 연 '블루노트 서울'. 새롭다라는 말처럼 더욱 세심한 심사를 거쳐 '커먼그라운드'가 그 무대에 섰다. 앨범도 나오기 전인 지난 5월 13일의 일이다. 기존 음악인들도 호의적이다. '국내 3대 재즈보컬리스트'로 평가받는 말로는 "혼(horn) 사운드의 세대교체"라며 높게 평가했고, 박효신과의 듀엣곡으로 널리 알려진 가수 전소영은 "오랜 음악활동을 할 능력이 있다"며 롱런을 기대했다. 이렇게 주목받는 이들은 과연 어디서 왔을까. 커먼그라운드는 대부분 세션 출신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가수의 세션과 유명영화의 OST에 참가하기도 했다. "우리만의 음악"이라고 말한 것도 다른음악의 배경으로 지냈던 탓이다. 지난달 25일 발매한 첫 앨범 '연주자들(Players)'은 그래서 커먼그라운드에겐 더욱 값진 음악이다. 12명의 멤버로 수입에 지장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수입은 세션으로 벌지만, 한 두번 하다가 마는 밴드는 아니다"며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리더 김중우의 말은 브라스의 화끈한 소리만큼이나 깊은 열정을 느끼게 했다. 음반보다 더욱 강력한 브라스밴드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오는 6월 19일과 20일에 한전아트센터에서의 공연을 지켜볼 것을 권하고 싶다. Joins.com 유효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