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80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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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구한말의 풍운과 각축 속에서 경인철도가 처음 개설된 지 80년. 이 땅에서의 철도사는 그대로 민족의 영고성쇠와 경제사의 부심을 나타내고 있다. 철도는 단순한 육운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이 나라 경제의 골격을 떠받쳐 온 진중한 「아틀라스」와도 같이 언제나 그늘 속에서 성장해왔다.
노량진∼제물포간 33km 남짓했던 길이로 출발했던 우리의 철도는 이제 총 연장 5천8백km의 대동맥을 형성하고, 연간 4억이상의 여객과 5천만t이상의 물동수송을 감당하는 당당한 위치로까지 성장해왔다.
경제성장과 함께 세인의 각광을 한 몸에 받아온 도로교통이나 항운의 발전과는 달리 언제나 제「페이스」를 잃지 않고 묵묵히 성장의 견인차를 끌어 온 오늘의 철도는 누가 뭐래도 산업발전의 중핵이 아닐 수 없다. 기술의 첨단적인 발전과 날이 갈수록 다양한 수송수단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철도는 의연히 국내 수송의 60%를 맡고있는 민족의 혈맥이다.
특히「에너지」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수송의 「에너지」핵율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는 싯점에서 대량물동수송체계로서의 철도의 비중은 새로운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선진공업국들이 다투어 육달체계를 철도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특히 수입「에너지」의존도를 낮추어야하는 불가피한 명제를 안고 있다.
철도 80년의 참된 의미는 이 새로운 환경변화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고 새로운 철도시대를 개척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정부는 향후20년을 철도산업의 제2 혁신기로 잡아 지혜와 동찰을 함께 갖춘 장기계획을 수립하기를 바란다.
이 경우 가장 관건이 되는「포인트」는 철도사업의 공익성과 경제성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공영기업으로서의 핵율성이 언제나 문제되어 온 철도사업에서 경제성을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 철도가 맡고 있는 막중한 임무에 비견할 때 공익성을 먼저 내세우지 않을 수 없다. 공영의 핵율을 높여간다는 전제만 확고하다면 독립채산의 강요나 지나친 경제성의 요구는 당분간 유보되어야 마땅하다.
「스웨덴」국영철도가 지난 7월의 2차 유가인상이후 운임을 50%인하한 배경도 바로 이런 통찰과 공익성의 배려로 인식된다. 철도는 앞으로도『관료주의의 편의보다는 국민의 편의』 를 위해 봉사해야한다는 존재 이유를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채산성의 악화나 만성적인 적자누증 등 어려운 문제가 확산되겠으나 공기업의 핵율성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재정의 부담으로 계속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철도 80주년을 맞아 새로운 육달체계의 정립을 촉구하면서 이 부문에 종사해 온 수많은 산업체계의 노고가 더 큰 보람과 보상으로 보답받도록 정부의 과감한 지원 확대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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