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관계」는 사실상 「공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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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영삼신민당총재에 대한 법원의 직무정지가처분결정으로 야당이 극심하게 동요, 정국에 난기류를 몰아칠 것 같다. 신민당의 김영삼총재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강력한 대여투쟁을 선언했고 비주류가 곧 정운갑대행체제를 지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당은 이날 공화당의 5역회의와 유정회의 회직자회의를 열어 대야전략을 협의했다.
김영삼신민당총재체제가 법원에 의해 법률적으로 부인됐다.
여당은 사태가「야당당내분규」와 「수신제가의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했다. 공화당당직자회의는 재빨리 앞으로의 대야협의 대상이 정운갑총재직무대행 이라고 밝혀 김총재체제를 부인한 법원의 법률적 결정을 정치적으로 확인하고 나섰다.
반면 김총재측은『야당을 말살하려는 정치적 조작극』으로 보고 법원결정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계속 총재권한을 행사하겠다는 태세다.
따라서「결정」은 내려졌지만「결말」은 내려지지 않은 채 오히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정운갑씨는 해결방안으로 ▲김총재를 비롯한 당내 간부간의 대화와 ▲최후수습책으로 전당대회를 제시했는데 사태발전에 따라서는 주·비주류혼성의 비상대책기구를 내세울 공산이 크다.
그러나 정씨체제에는 많은 문제들이 가로 놓여있다. 첫째는 김씨측의 불복입장, 둘째는 여당이 대항체제를 상대하더라도 정치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은 김씨쪽이라는 정치적 실체.
결국 김씨가 고집하건, 정씨가 대행하건 어느 쪽이라도 당분간 야당총재의 권한행사는 사실상 마비되며 따라서 정국은 야당의 기능과 야당의 존립. 자체가 문제되는 판국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더우기 불행한 것은 신민당내 주류·비주류간의 대립과 마찰이 심화된 것이란 전망이다.
가령 총재설 사용문제를 예로 들더라도 「출입금지가처분」 신청, 법원집달리동원이나 강제출입저지등의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외부세력개입, 정치적 파동 등의 악순환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백두사국회의장 선출파동, 임시국회상임위「보이코트」, YH사태와 관련한 농성 등을 통해 「선명」과 「민주회복」을 내걸어온 김총재는 이번 법원결정으로 당내투쟁 발판이 축소되는 경우 교외발판을 확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는 이미 가처분신청 사태와 일부 비주류세력을 연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내대화는 사실상 상당기간 어려울 것 같다.
더우기 문부직「민주전선」 주간구속, 국회「보이코트」, YH사태 등의 과정에서처럼 공화당과 유정회를 정치「파트너」로서 외면, 「외부 지향적」이라고 여당의 비난을 샀던 김총재는 이제 법원결정에 따라 대여대화는 저절로 봉쇄된 셈이다.
당내발판과 대여대화를 단절당한 김총재측이 재야등과 호흡을 같이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이점은 정국의 유동성을 높이는 변수가 될 것이다. 즉 강경의 도를 높일 것이 확실하다.
정기국회가 소집되면 김씨측도 일단 국회에 들어갈 것은 틀림없다.
여당으로선 제어하기 힘들더라도 김총재측이 행동을 원내에 국한시키기를 바란다.
원내라고해 무풍 일리는 없다. 우선 야당원내충무가 유동적이다. 김총재는 물론 황낙주총무를 통해 원내외의 투쟁호흡을 일치시키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대항을 맡게 될 정운갑씨가 석총무를 유임시킬 것이냐는 것. 당총재에게 당직임 면권이 있다하더라도 임기 제 당직에 대해서는 권한대행에게 교체권한이 없다는 견해와·정씨가 권한행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황총무 유임 전망의 근거다.
이 경우 비주류가 여기에 따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원내문제에 관한 한 신민당안에는 이중구조가 형성돼 이를 상대하는 여당으로서는 난처한 입장을 겪게될 것이다.
비주류측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수습대책기구가 결성되는 경우에는 황총무의 경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여당은 신임총무를 상대하겠지만 김총재 중심의 「주류」측은 국회사상 어느 때보다 강경한「항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사태」전 만해도 정기국회의 최대쟁점은 지난 임시국회 때 제출된 해법관계특위구성결의안 처리와 YH사태추궁 등이었다.
이제 국회는 신민당 당권문제라는「뜨거운 감자」를 입에 넣었다. 개회까지는 불과 10일. 그 전에 해결될 전망은 바늘구멍보다 작다. 내년도 정부예산을 심의할 정기국회는 진통과 공전과 잡음 등 국회가 수용할 수 있는 온갖 불길한 징조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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