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맞춤범개정 문제점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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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 재야국어학자가 올해안으로 공포할 예정으로 최종심의중에 있는「한글 맞춤법개정시안」에 『문제점이 너무 많다』는 건의서를 24일 문교부에 제출했다.
미승우씨(교과서연구가·생물학)가 「긴급동의」한 이건의서에 따르면 『새로 개정된 표준어와 표준발음에는 영뚱한 것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 『이는 그것들의 전부가 사용빈도에 대한 조사도 없이 몇몇 인사들의 주장에 의해 결정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씨는 표준어 개정에는 먼저 표준어에 대해 통개조사를 할것과 언어의 본표지도를 만들어야 할 것을 주장해 왔으나 10년이나 걸려 마련되었다는「시안」은 이를 무시, 일부학자들의 「탁상공론」만으로 결정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건의서를 쓰기 위해 1친3백60명을 대상으로 설문용지를 통한 생활언어조사를 하는 한편 1백4명의「아나운서」를 포함하여 모두 8백71명을 대상으로한 표준발음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그는 표준어와 표준발음의 세력분포도를 작성,「시안」과 「실제 사용되는 말」사이에 너무 큰 차이가 있음을 알아냈다. 그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복수표준어로 결정된 말중에서 뜻이 전혀 다른 표준어가 있다. 「꿀벌과 참벌」의 경우, 사전에는 같은 뜻의 말처럼 되어있으나 생물학적으로 이들은 완전히 별개의 종이다. 미씨의 주장으로는「꿀벌」은 이른바「이탈리안」종인 양봉을 못하고 「참벌」은 꿀벌과는 형태가 완전히 다르고 생태가 다른 토종벌, 곧 재태종을 지침하는 말이다.「꼴뚜기」와 「쭈꾸미」도 마찬가지. 「꼴뚜기」는「낙지」계통의 십각류이고 「주꾸미」는「문어」계통의 팔각류다. 언어세력분포를 봐도 「쭈꾸미」라는 말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않고, 그말을 아는 사람들은 대체로 경남에서 전남·충남에 이르는 지역의 사람들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통계결과「끌뚜기」를 아는 사람이 1천2백24명이고「주꾸미」는 2백명에 지나지 앉았다. 그나마도 충남(32)경남(22)전북(14) 전남(38)에서의 응답자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뜻이 다르면서도 같은 「표준어」로 사용된 예로는 눈꼬리와 눈초리, 두견새와 소쩍새, 말벌과 왕벌·호박벌을 들고있다.
○…이밖에도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한 미씨는『40년만에 고쳐지는 맞춤법이라면 좀 더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을 건의했다.
문교부는 지난7월까지 공청회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울 모아 최종 심의하고 11월께에는「시안」을 확정, 공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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