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어린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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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7, 6, 7. 실종 28일만에 산중에서 발견된 어린이들의 나이다. 모두 미취학.
사진으로 본 이 아이들은 흡사 언젠가 외국잡지에 실린 「비아프라」기아들의 앙상하게 뼈만 남은 모습과도 같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이들이 겪은 나날이 얼마나 참담했는지를 짐작할수 있다.
이들에겐 외부생활의 경험도, 위험에의 의지도, 생존의 집념도 없었다. 그저 본능과 적응력, 그것만으로 28일을 견디었다.
이들의 건강의 거의 생과 사의 한계에 달했었던 것같다.
성인의 경우 물을 전연 마시지 않은 상태에선 1주일을 살기도 힘든다. 의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물만 마시며 40일까지 생존했던 기록은 있다. 그러나 보통은 20일이 죽음의 문턱이라고 한다.
사람은 신체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지방이 단기간에 반멸하는 사태에 직면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물을 마시지 않고는 위험하다.
우리 체중의 60~70%는 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물의 절반은 세포속에 스며 있다. 탈수현상이 일어나면 그세포내액으로서의 물과 세포외액(조직액·임파액·혈장등)으로서의 물사이에 「밸런스」가 깨져 인체는 심각한 기능장애를 받게 된다. 따라서 체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며 그것이 20도 가까이 되면 벌써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만일 울산의 이 어린이들이 계곡의 물과 멀리 떨어져 있었거나, 아니면 이른 봄이나 늦가을에 이런 일을 당했어도 생환은 어려웠을 것이다.
일행이 셋이었던 것도 이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혼자였다면 그 고독과 절망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연에의 두려움이 없는 야생적 적응력, 상황을 과장할 수 없는 천진난만이 이들에겐 더없는 무기였을 것같다.
환경을 바꾸어 도회지의 어린이들이 이런 일을 당했을 경우를 상상해 본다. 우선 어른의 시선을 벗어난, 그 사실만으로도 공포에 사로잡히고, 생소한 자연의 위압에 억눌려 벌써 의식부터 혼미해졌을 것같다.
미국 「미시시피」강안의 한 전원마을에 사는 「톰·소여」 소년이 생각난다. 그는 비록 소설속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담장에 「페인트」도 칠할줄 알고, 묘지에도 겁없이 갈수 있고, 암흑의 동굴속에서 길을 찾아나오기도 했다. 역시 자연속에서 자란 소년이기 때문에 모험을 견디는 힘과 의지가 강했다.
새삼 울산의 어린이들이 겪은 28일동안의 「휴먼·드라마」를 통해 자연이 베푸는 보이지 않는 정서의 힘과 의지력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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