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생활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생활속의 과학」이란 명제가 시대적인 요청으로 부각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이같은 명제는 비근한 실례로 사소한 기계조립이나 수리정도는 기술자의 손에 맡기지 않더라도 누구나 능히 처리할 수 있을만큼 과학기술을 몸에 지녀야 한다는 뜻이지만, 이정도는 선진제국에 있어서는 이미 각급 학교의 교육과정에서는 물론, 생활화한 국민적 상식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를 가진데다 부존자원이라고는 거의 없다시피 한 한국같은 나라에서는 고급두뇌·기술인력의 양성이 곧 국가의 명운과도 직결되는 절박한 당면과제라는 점에서 어 명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70년대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우리의 과학기술수준이 크게 향상된 것은 경하할만한 일이다.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이 분야에서 과학기술자·기슬공·기능공을 합한 숫자가 이제 2백만명을 헤아리게 된 것은 그동안 정부 및 기업들이 기울인 노력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여러차례 국제기능 「올림픽」에서 따온 금「메달」은 우리의 기능수준이 선진국에의 발돋움을 꿈꿀만큼 비약적 향상을 이룩한 증좌로 보아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우리가 이와같은 성과를 지나치게 과대평가 한다면 이처럼 위험하고 안일한 생각도 없다는 것을 또한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시대를 거쳐 이제 고도의 지식집약적 산업으로 그 구조를 변혁시키지 않으면 안될 단계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도산업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모방위주와는 달리 독창적 기술개발이 불가피해질 것이며 기술·기능공의 수요도 지금보다 몇배는 늘려야할 필요에 직면해있다.
고급두뇌의 양성을 위해 이공계대학 교육의 질·양면에서의 충실화와 함께 국민학생·유치원생 때부터의 과학교육 및 국민생활 전체의 과학화가 요청되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
지금의 국민학생들이 성년이 되는 90년대에는 고급과학기술자만 50여만명이 필요하고, 이밖에 기술·기능공만도 5백만명은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 상도할때 과학교육의 생활화가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인가는 자명해진다.
서독의 경우 국민 누구나가 가전품의 수리정도는 해낼 수 있고, 자동차수리 정도도 보통이라 한다. 그뿐인가, 중학생이면 「라디오」조립경험이 적어도 몇차례씩은 있어 교사들의 이에 대한 이론강의나 실습은 할 필요조차 없다고 한다.
세계에서도 과학교육의 첨단을 걷는 나라의 일이라고 해서 부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학교교육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현재의 교과서나 공책위주의「공부」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의 흥미와 관심이 공작이나 과학기술에 쏠리도록 유도하여 하루빨리「생활속의 과학」이 정착되도록 시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해가 갈수록 격심해질 국제경쟁사회에서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길은 오직 과학기술의 발전뿐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