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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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의 한 시골소녀가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신기록을 세워 일약 세계의「스타」가 되었다. 주인공은 예천여고 3년생 김진호양. 방년 18세.
기록도 기록이지만 그 영광이 있기까지의 일화도 사뭇 감동적이다. 시골의 한 중학교에서 인기종목도 아닌 양궁에 뜻을 둔한 약골의 소녀가 불과 5년만에 세계의 정상을 명중시켰다.
양궁은 우리귀엔 도무지 생소한「스포츠」다.
그런 경기가「올림픽」종목에 포함되어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적지않다. 벌써 제3회「올림픽」(1908년)에 정식종목으로 등장했지만 줄곧 미미한 「스포츠」였다. 그것이 제20회「뮌헨·올림픽」(1972년)때부터 활기를 갖기 시작해 서구에선 상당한「팬」들을 갖고 있다.
「올림픽」종목의 명칭은 「아처리」(Archery)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의 집계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 각종 양궁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무려 1천만명이나 되었다.
그가운데 8백만명은 미국사람들이라고 한다. 가히 인기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활(궁)의 역사는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수렵이나 방어무기로서 쓰인 활은 한가닥 원시에의 향수를 자아내는 호기심도 자아낸다.
활은 흔히 「유럽」대륙에서 쓰인 지중해식과 「아시아」대륙의 「몽골」식으로 나눈다.
우리나라의 활은 서양의 반달(반월) 모양과는 달라 한 굽이 더 휘어져 한결 탄력이 더해 보인다. 이지봉(이조의 학자)의 말을 빌면 우리나라의 편전과 중국의 창법·일본의 조총은 다같이 그 시대의 「천하제일」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바로 그 우리나라의 활은 멀리 예의 단궁과 고구려의 맥궁등 그 뿌리가 깊다. 이조말에 이르러 습사용으로 쓰인 각궁은 세계의 어느 활과 견주어도 그 강유가 떨어지지 않는다.
기름기를 뺀 참나무, 솥에 삶은 뽕나무등으로 다듬고 다듬어 만든 활은 강연·후박·곡직등을 잘다스려 해화균일을 이루어야 일품이다.
특히 신라의 화랑도들은 활쏘기를 익히며 몸과 마음을 닦았다. 마음의 평정이 없이는 활은 제대로 쓸 수 없다.
양궁대회는 90m(남) 혹은 70m(여) 이내의 거리를 두고 직경 1백22cm의 표적을 맞추는 경기다. 거리가 50m이내 일때는 표적이 80cm로 작아진다. 폭4cm의 간격을 좁혀가며 점수가 오른다.
세계선수권대회는 1931년에 제1회가 열려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여자부문에선 이제까지 「유럽」선수, 그중에서도 「폴란드」선수들이 석권했었다. 남자선수들도 역시 「유럽」계가 언제나 정상에 있었다.
이번 김진호양의 신기록은 「스포츠」의 천재가 따로 없다는 하나의 교훈이 될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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