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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큰손이자 시장 … '치맥'같은 스토리를 팔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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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 지난달 말 개봉된 미국 영화 ‘트랜스포머 4’에는 중국 배우 리빙빙(李氷氷)이 주요 배역으로 나온다. 영화 곳곳에 중국 제품이 간접 광고되고, 세계 첫 시사회도 홍콩에서 했다. 할리우드의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 개봉된 지 3일 만에 9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트랜스포머 장난감에 관심을 보일 중국의 14세 이하 아동 인구는 3억 명이다. KOTRA의 중국 샤먼무역관 김민지씨는 “중국은 세계 장난감의 75%를 생산하는 최대 장난감 생산국이지만 곧 최대 소비국(8조원 규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의 10대 장난감 브랜드에 아직 한국 업체 이름은 없다.

 #2. SK텔레콤은 4일 중국 정웨이(正威)그룹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는다. 이번 MOU는 한국이 중국에 공장을 짓는 일방적 투자가 아니다. 두 업체가 공동으로 새 사업 기회를 찾자는 게 골자다. 정웨이그룹은 광업으로 시작해 반도체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고, SK텔레콤은 중국에서 IT 사업을 같이할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다. SK 관계자는 “중국은 이제 단순한 생산 공장이 아니라 전략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소비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트랜스포머 4’는 세계 첫 시사회 장소로 중국 홍콩을 선택했고, 대형 로봇 모형까지 세웠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중국의 문화 시장 규모는 129조원에 이른다. [홍콩 AP=뉴시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 협력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이 됐다. 한국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세계 3대 ‘큰손’인 중국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일이 시급해졌다. 하지만 실타래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중국이 G2(세계 2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 말)가 되면서 한·중 통상 문제는 곧바로 미국·일본의 견제를 받는 다자간 문제가 된다. 재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한·중 경협의 3차 방정식을 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발등의 불은 중국 내수시장 공략이다. 매년 늘어난 한·중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는 229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1등을 하는 한국 소비재는 2010년 96개에서 지난해 66개로 줄었다. 민족 감정 면에서 한국보다 불리한 일본 제품(165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만(79개)보다도 적다. 소비 시장을 뚫지 못하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FTA의 조속한 처리와 소비 시장의 무역장벽 해소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삼계탕·김치 등 대표상품이 중국 검역 절차에 막혀 수출이 잘되지 않고 있다. 정봉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아시아팀장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은 ‘치맥(치킨+맥주)’처럼 우리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선물 보따리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한국 투자가 옹색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해외 투자는 연간 878억 달러(2012년 기준)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국에 투자된 자금은 1% 수준이다. 한국이 중국에 투자한 자금과 비교해도 9분의 1에 불과하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프랑스 방문 때 에어버스 70대 구매, 푸조 지분 인수 등 총 248억 달러의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마침 새로운 판도 깔려 있다. 정부는 새만금에 한·중경제협력 특구(차이나 밸리)를 만들고 있다. 새만금 차이나 밸리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추진되는 국가 간 경제협력 특구이기도 하다. 홍창표 KOTRA 중국사업단장은 “지금까지 한국의 대중국 진출 전략은 중국에서 만들어 외국에 파는 ‘메이드인 차이나’였다”며 “이제는 중국 소비 시장을 노린 ‘메이드 포(for) 차이나’, 중국과 함께 기회를 모색하는 ‘메이드 위드(with) 차이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는 다자간 협력이다. 당장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할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중국은 7월 말까지 확답을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지난해 한국이 고심 끝에 가입의사를 밝힌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 문제도 결단이 쉽지 않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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