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美 "벙커 뒤져 후세인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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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행적 추적에 총력을 쏟고 있다.

'독재자 후세인' 제거를 이번 전쟁의 목표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던 미국으로서는 우선 그의 생사 확인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만일 살아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어떻게든 그를 추적해야 한다. 후세인이 제2의 오사마 빈 라덴이 되는 사태는 미국에 악몽이다.

미군은 바그다드 진입 후 대통령궁과 정부청사 등에 대한 수색에서 아직 후세인과 그 측근들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자 바그다드 시내의 비밀 지하터널 및 벙커 등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들이 요새화한 지하시설에 은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후세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그가 7일 미군의 조준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이미 이라크 북부지역으로 도주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랍계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는 9일 "후세인을 비롯한 이라크 지도부가 미군의 바그다드 진입 수시간 전 수도를 탈출했으며,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나 하마레인 산악지대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반체제 지도자 아흐마드 찰라비도 이날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후세인 대통령과 그의 두 아들이 사망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그들이 바그다드 북동부에 은신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편 후세인이 바그다드의 러시아 대사관에 피신해 있으며 현재 미국과 아랍국가들 사이에 그의 망명과 관련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자지라 영문 인터넷판은 9일 러시아 군 정보부 고위 장성의 말을 인용,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라크 측이 저항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후세인과 그 측근들에게 도피처를 제공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의장은 "후세인이 바그다드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피신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는 후세인 대통령의 러시아 대사관 피신설과 망명 추진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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