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내린 고전국역사업|15년간 3백권의 주옥편 번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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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문으로된 우리의 귀중한 옛 전적들을 한글로 옮기는 고전국역사업이 시작된지 15년이 됐다. 64년부터 전통문화의 뿌리를 찾아 일반 국민들에게 널리 보급키위해 국고보조로 시작된 이 사업은 그동안 3백권의 주옥같은 고전들을 현대문으로 번역하고 많은 신진 국역자를 양성하는등 질·양면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고전국역사업을 본격적으로 맡아해온 3대 기관은 재단법인 민족문화추진회와 사단법인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동국대부설 동국역경원등이다. 이들 3개 기관이 지금까지 45종 3백권의 고전을 국역하는데 종사한 한학자는 모두 2백여명이다.
역사·철학·문학·외교·사회과학·종교·경제·군사등 각분야에 걸쳐 가장 많은 고전을 국역한 민족문화추진회는 66년부터 1백50여명의 한학자를 동원, 1백55권의 한문 고전을 한글로 번역했다.
『이조실록』을 중심한 정사류 국역을 68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그동안 50여명의 국역자를 참여시켜 13종 63권을 번역했다.
동국역경원은 64년부터 50여명의 국역자를 동원, 82권의『팔만대장경』을 국역해냈다.
동국역경원은 74년까지는 국고보조를 받았으나 그 이후로는 자체자금으로 매년 4∼5권씩 국역을 해오고있고 민족문화추진회와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계속 연1억∼2억원씩의 보조를 받아 국역사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제까지 국역된 책들은 기본전적류와 희귀본류로 나눌 수 있다.
각분야별로는 역사책이 15종 1백5권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연행록』『해행총재』등의 외교분야가 2종 22권, 『퇴계집』『육곡집』『사변록』등의 유가 철학서가 7종 17권, 『목민심서』『만기요람』등 사회과학분야가 7종 17권이다.
이밖에 총서류로는『성호사설』등 4종 18권이, 지리분야에서는『동국여지승람』『청구도』등 3종 12권이 각각 국역 출간됐다.
77년부터 민족문화추진회와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고전국역의 원활을 기하기위해 합동으로 구성한 교열위원회에 실제 참여하는 위원은 모두 32명이다. 한학자로는 민태식·권오돈·조국원·배규철·신호열씨등이있고 학계원로는 이병도·신석호박사등이 참여하고 있다.
고전번역에 종사하는 국역자들의 연령분포는 50∼60대가 가장 많다. 그러나 70년부터 민족문화추진회부설 국역연수원등을 통해 양성된 30∼40대의 신진국역자들의 진출이 최근 부쩍 늘어 민족문화추진회의 경우 현재 전국역 참여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가은 신진 국역자들의 양성은 15년동안 고전국역사업이 거둔 커다란 성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국역기관 실무자들은 지금까지 2백여명이 국역에 참여하긴했지만 번역·교열드을 겸할수 있는 유능한 국역자는 8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77년부터 적극 나선 국역기관들의 국역능력자 발굴작업은 그동안 각대학·유림·성균관등의 천거로 10여명을 발굴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있는 국역사업의 문제점은▲경·사·자·집등으로 영역을 나눈 국역의 전문화▲국역자의 처우개선▲국역대상 서목선정 등이다.
또하나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미 양적으로 3백권의 국역을 마친 고전들의 보급과 교육을 통한 국민교양화의 문제다.
이같은 문제는 정부당국의 각별한 정책적 지원과 각급 학교의「고전강독」시간 설정등을 통한 고전읽기운동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같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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