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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의 시」를 보급한다|대학가서 인기끄는 『시인과 독자와의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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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낭송이 작품발표의 한방편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는 아직도 생소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각 문학단체가 마련한 시낭송회의 횟수
가 늘어 시낭송의 새로운 매력을 던져주면서 독자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올해들어 서울에서 열린 시낭송회만도 6차례나 되는데 이때마다 문인들은 물론 많은 독자들이
참석, 대단한 성황을 이뤘다.
시낭송회 가운데 특기할만한 것이 시전문지「심상」사가 정기적으로 마련하고있는 「시인과 독
자와의 대화」. 이 행사는 올해 들어 전국14개 대학을 순례할 예정인데 3월 건국대를 시작으로
부산대·동덕여대를 비롯해 인천·경주서 행사를 가졌으며 충남대는 지방으론 4번째 나들이다.
충남대에서의 시낭송 행사는 16일 상오 11시부터 시작됐다. 2백여석의 이과대소강당은 일찍 꽉
차버렸고 , 서있는 학생들로 강당은 입추의 여지없이 만원을 이루었다.
이 낭송회에 참가한 시인은 서울에서 황금찬·김광림·김영태·이명수·신협·한광구씨와 평론
가 박동규씨, 대전서 활동하고 있는 박용내·최원규·장기섭·이중·오세영(사회)·윤삼하·이가
림·송한범씨, 그리고 대구서 참적한 이대수씨등 16명이었다.
시인들은 각각 2∼3편의 자작시를 낭송했는데 시인들은 그 시에 대한「에피소드」를 곁들여 이
채를 띠었으며 시작에 대한 해설을 붙여 시의 이해를 도왔다. 시와 시론이 얘기될때는 많은 학생
이 「메모」를 하기도했다. 또 대화의 시간엔 진지하고도 핵심적인 질문이 쏟아져 나왔고 시인들
이 번갈아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황금찬씨는 시 낭송에대해『독자와 시인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시에의 친숙함을 가지게하는 사
업은 시인에게 부여된 임무일수도 있다』며『창작한 주인인 시인의 개성적인 면과 그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에 또 하나의 의의가 있다』고 했다.
최원규씨도『시를 문자에만 의존하는 것은 사물의 추상화라 할수 있는데 여기에 반해 소리를
내어 시를 읽을때 그소리는 문자만으론 도저히 드러낼수 없는 새로운 뜻과 비밀을 드러나게 해준
다』고 했다.
시낭송이 늘어나면서 우리시단에서는 낭송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가 새롭게 거론되고 있다.
지금은 거의 부동자세로 읽어나가지만 시의 내용과 사상·「이미지」를 보다 정확히 전해주기
위해서는 시낭송에 따른 기술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시단에선 성찬경·박희진씨등이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데 이들은 낭송이 문자
를 소리로 옮기는 단순한 작업의 범주에서 벗어나 어조와 어세, 그리고 나아가 동작에까지 연구
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성찬경씨는 『시가란 원래「읊기」위한것이기 때문에 결국 시낭송은 시의 온전한 기능을 되찾
아주는 행위』라면서『육성에 의한 시적감동은 문자와는 비길수 없이 크며 시낭송은「시의 대중
화」에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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