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日간판 소니 제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이제부터 일본의 간판 하이테크 업체를 꼽으라면 '소니'가 아니라 '캐논'을 먼저 거명해야 할 듯하다.

도쿄증권거래소에서 9일 종가기준으로 캐논의 시가총액이 소니를 앞질러 전기기기(機器)업종 중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캐논은 과거에도 몇차례 소니에 바짝 다가간 적은 있었지만 한번도 추월하진 못했었다. 캐논의 시가총액은 10일 종가기준으로 3조7천2백75억엔이고, 소니는 3조6천65억엔이다.

◆수익성 지표도 앞질러=캐논의 성장세는 단지 시가총액 뿐만이 아니다. 캐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천9백7억엔으로 소니의 1천8백억엔(추정치)을 훌쩍 넘어섰다.

매출액은 아직 소니에 뒤지지만 기업 가치 및 수익성면에서는 명실상부한 간판기업으로 올라선 셈이다.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이익률(ROE)▶매출액영업이익률 등에서도 캐논은 모두 소니에 앞서 있다.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 돼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은 18배로 소니의 23.5배보다 낮다. 앞으로 캐논의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캐논이 소니를 추월한 비결=캐논의 성장비결은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이다. 캐논은 9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복사기를 비롯한 사무용 자동화기기(OA)와 디지털카메라를 기업의 양 날개로 삼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채산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미국.유럽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1~2위를 차지하면서 일본 내 경기불황에도 견뎌낼 수 있는 체질로 성장한 것이다.

복사기나 프린터 같은 사무용기기의 경우 한번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40~50%의 마진이 남는 토너 등의 소모품을 계속 팔게 되므로 꾸준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모델이다.

또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시장 전체가 커지면서 캐논은 지난해에 2001년 대비 2백% 늘어난 4백30만대를 팔아 2천2백억엔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게다가 캐논은 집중적인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연간 2백억엔에 달하는 안정된 특허수입도 갖고 있다. 그동안 들어간 2천억엔의 연구개발비에서 연간 10%의 고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반면 소니는 90년대 중반부터 계속해서 '다품종 대량생산' 전략을 펴다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또 하나 캐논의 저력은 생산라인의 효율성이다. 다른 기업들이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옮길 때 캐논은 '안으로부터의 효율성'을 택했다.

일반 카메라나 가정용 프린터 등 조립이 간단한 것은 완전자동화라인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캐논은 지난해 5백50억엔의 비용을 절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지난해의 두배 가량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돼 저비용 체제를 갖춘 캐논의 전성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