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VTS 직원들, 내부 CCTV 한 달치 기록 지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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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할 때 교신했던 해양경찰청 전남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근무자들이 관제실 내부 촬영용 폐쇄회로TV(CCTV)에서 사고 전후 한 달간 영상 기록을 지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규정을 어긴 근무 행태 등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삭제한 것이 아닌지 수사하고 있다.

 30일 광주지검 해경수사 전담팀(팀장 윤대진 형사2부장)에 따르면 진도 VTS는 압수수색 받기 나흘 전인 지난 4월 22일 CCTV 영상자료를 삭제했다. CCTV엔 규정에 따라 그 전 한 달간 영상이 기록돼 있었다. 관제센터 근무 해경들은 검찰에서 “CCTV가 올 1월부터 고장 난 상태여서 4월 22일에 자료를 지웠으며, 담겨 있던 데이터는 규정에 따라 다른 저장장치로 옮겼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해경이 영상을 옮긴 저장장치 역시 압수했으나 여기에는 관제실 내부가 아니라 바다를 찍은 화면만 담겨 있었다. 검찰은 관제실 내부 모습이 기록되지 않도록 해경이 일부러 CCTV 카메라 방향을 바다 쪽으로 돌려놓은 것이 아닌지 캐고 있다. 또 CCTV 카메라에서 삭제된 영상 원본을 확인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데이터 복원을 의뢰했다.

 이날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안전행정부·국방부·전라남도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기관보고에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수장인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유가족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실종자 구조 방식인 ‘표면공급 잠수방식(잠수부에게 호스를 통해 공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해서다.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일부 유가족은 눈물을 흘리거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원식(새정치민주연합) 의원=“표면공급잠수방식이라는 게 뭔지 아나.”

 ▶강병규 안행부 장관=“잘 모르겠다.”

 ▶우 의원=“(현장에서) 그 방식으로 결정해서 하고 있는데 중대본의 본부장이 뭔지도 모르나.”

 ▶강 장관=“어떤 방식으로 구조를 하고 하는 이런 구체적인 것은 사실 현장에서 정해서 하고 저희 중대본에서 그것까지….”

 ▶우 의원=“어떻게 구조할지도 모르면서 무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하나. 부끄럽지 않나.”

 강 장관의 답변에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그걸 말이라고 하나”라고 질타했다. 심재철(새누리당) 위원장도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스쿠버 방식은 뭐고 표면공급방식은 뭐고 이런 개략적인 것은 좀 알아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고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해군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쟁점이었다. 새정련 김현미 의원은 “군이 많은 책임을 해경에 떠넘기고 있는데, 해경 전용 부두하고 목포3함대 사령부 거리가 1㎞밖에 안 된다. 해경 구조대는 왜 1㎞ 전방에 있던 링스헬기를 이용하지 못했는가”라며 “군과 해경이 긴밀하게 교신했다면 이런 바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처음에 링스헬기로 해군 해난구조대(SSU)를 투입할 때는 헬기라는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딱 필요한 장비만 갖고 갔고 나중에 투입된 SSU는 잠수장비를 다 갖고 갔다”며 “해군전력이 도착했을 때는 선체가 이미 기울어진 이후여서 더 이상 구조활동을 하기가 대단히 제한됐다”고 해명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모니터링단을 만들어 특위 활동을 평가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국회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안타깝게도 대책위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반드시 책임 물어야”=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 사고의 ‘국가 선 보상·후 구상권 행사’ 방침을 세웠는데 구상권 행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병언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언을 잡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희생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이로 인해 국가 보상액과 사후 구상권 행사액 사이의 차이가 크면 그 차액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게 되는데 이런 기막힌 일을 절대 묵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도 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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