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대의를 이어가는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또다시 현충일을 맞았다. 올해로써 스물 네 번째가 되는 이날은 겨레와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고 간 순국선열과 건군이래 국토방위전선에서 산화한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날이다.
이날은 또한 그들이 신명을 바쳐 싸운「대의」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과연 어떻게 그들의 높은 희생정신에 보답해야하는가를 겸허한 마음으로 깊이 되새겨 보는 날이기도 하다.
민족이 있고 국가가 있는 이상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지는 열사·용사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지정학적여건 때문에 다른 민족보다도 훨씬 더 자주 외적의 침략을 받은 우리 겨례는 그만큼 역사에 길이 빛을 내는 호국의 영령과 우국열사를 많이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외적과 싸우다가 강렬한 죽음을 한것이므로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도 하겠지만,오늘 우리들이 추모하는 혼령은 그 대부분이 같은 겨레인 북한공산주의 집단이 일으킨 6· 25의 와중에서 목숨을 바친 이들이기 때문에 더욱참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개전벽두 물밀듯 내려오는 적의 「탱크」에 몸을 던진 용사들의 이야기, 낙동강전투에서 우리장병들이 보였던 무쌍한 무용담은 길이 세계의 전사를 장식할 것이다. 단국의 강산에서 외적도 아닌 동족간에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처참한 살육전이 벌어지리라고 그때 누가 헤아리기라도 했겠는가.
그러나 다시 현충일을 맞아 지난일들을 되새기는 감상에만 젖어있을 수만도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임을 직시해야겠다. 그 엄청난 동족상단의 비극을 일으킨 장본인인 북괴가 아직도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비극은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우리 자신의 방심, 그리고 안이와 무방비가 자초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고 그와같은 참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의 자세를 더욱 굳세게 가다듬어야 할 때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양면의 적과 대치하고 있다. 대외적인 적은 말할 것도 없이 입으로는 평화를 되뇌이면서도 재침의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는 북괴이고, 대내적인 적은 국민적 단결을 해치는, 이를테면 부정불의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외적보다도 무서운 것이 국민 각계층간의 이질감·괴리감을 부채질하는 사회풍조라는 것은 여러차례 역사가 증명한 사실이다.
국민개개인 모두가 검소하고 근검절약하는 태도로 생활의「내실」을 기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겠다. 농민은 전원에서, 근로자는 공장에서, 어민은 어장에서 각자 맡은 직분과 직책에 충실할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내부의 적을 퇴치하는 지름길은 무엇보다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싶다.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국리민복을 위해 멸사봉공해야하고, 기업인들은 철저한 합리화 정신을 추구함으로써 나라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그때 비로소 북괴는 적화야욕을 버릴것이며, 이것만이 호국영령들의 은공에 참답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마침 6월 한달은 「원호의 달」로 전몰군경의 유가족과 상이용사들의 재활을 돕기위한 범국민운동이 전개되고 있거니와, 현충일 하루만이라도 「원호」의 참뜻을 되새겨 정성어린 마음으로 원호대상자들을 보살펴야 할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