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한국 고위관료에 … 백악관, 직접 AIIB 우려 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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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정부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가를 보류하도록 한국에 요청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캐럴라인 애킨슨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이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한국 정부 고위 관료에게 직접 우려를 표명하고 한국 참가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미 정부 당국자와 외교 소식통이 밝혔다. 미 정부는 앞서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서도 “한국의 AIIB 가입 움직임에 깊이 우려하며 한국 가입 시 양국이 쌓아왔던 우방으로서의 신인도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해왔다. <중앙일보 6월 28일자 1면> 홍콩 대공보, 대만의 자유시보와 경제일보를 비롯한 중화권 언론들도 지난 주말 인터넷판에서 중앙일보를 인용해 이 사안을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5월부터 우리 정부에 “7월 3~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때 ‘한국이 AIIB에 가입한다’고 확정 발표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AIIB는 미국·일본 중심의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해 국제 금융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에서 중국이 설립을 준비 중인 국제기구다. 참여 예상 국가들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중동국가들을 비롯해 파키스탄·스리랑카 등 친중(親中) 국가들이 대부분이라 한국의 참여 여부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자국 주도 국제 경제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사실상 개입하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AIIB에 대해서는 몇 가지 사안에서 나라별로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여러 가지 방안을 갖고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국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IB에 참여하면 우리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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