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계파간 제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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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의 당권회전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쟁에 나선 7명의 주자들은 아무도 단독으로 대의원 과반수를 차지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저마다 연계를 모색하고 또 어떤 후보는 일대 선풍을 기대하고 있다. 신민당 당헌에 따라 1차 투표에서 대의원(이번 정수7백57명)재석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없을 때는 2차 투표를 행하고 그래도 과반득표자가 없을 때 3차 결선 투표를 하게된다.
지난날의 전당대회에서 보면 1차 투표의 최다득점자가 2차에서 탈락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70년 9월의 대통령 후보지명 때와 지난 76년 9월의 당대표 선거때 이른바 역전「드라머」가 벌어졌던 것.
김대중·김영삼씨가 단독 대결했던 대통령 후보경쟁에서 1차에 김영삼씨가 4백21표로 김대중씨의 3백82표보다 39표나 「리드」했지만 무효 82표 때문에 과반수에 이르지 못해 2차 투표에 들어갔던 것인데 2차에선 4백54대 4백10표로 김영삼씨가 패했다. 76년대회 때도 김씨는 3백49표를 얻어 2백63표에 머무른 이철승씨를 86표나 앞섰지만 2차때 정일형씨(1차 1백34표)가 이씨와 제휴해서 김씨 탈락으로 끝냈다.

<2차 미는 건 「묵계」대로>
지난 날 2, 3명이 대결했을 때는 제휴양상이 비교적 단순했으나 이번에는 군웅할거해서 속으로 난마처럼 얽혀있다. 겉으로 보면 이철승 대표와 여기에 도전하는 반이 세력간의 대결같은 인상도 풍기지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가령 김재광 최고위원 같은 사람은 이철승·김영삼 어느 쪽과도 제휴를 안하겠다고 공신하고 있으며 반이 모임에 나가는 화요회·이기택씨 등이 2차 투표에서 어떻게 나올것 인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당내에서 표가 많을 것이라 하여 A「그룹」으로 얘기되는 이철승·김영삼· 신도환씨가 2차· 3차까지 가게될 때 다른 후보들이 누구를 밀어줄 것인가는 「묵계」에 따르게 될 것이다. 묵계에는 「당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부당수를 당수가 지명하는 안이 확정될 경우 부당수 자리를 얻고 물러설 후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당내에서 얘기되는 대체적 방향은 김영삼·신도환·조윤형씨가 반이 색채를 뚜렷이 하고 있으며 박영록·이기택씨 등은 꼭 당수가 아니더라도 차선책이 있으면 누구와도 제휴할 가능성이 있다.
이철승 대표 측에서는 순수자파 1벡40표를 포함해 적어도 2백50표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김영삼씨 측에서는 동남풍이 불어닥치면 2백표이상을, 신도환씨는 착실히 다져온 표의 유실이 없으면 1백50표이상 2백표까지 얻을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당 3역자리로 홍정 가능>
김재광·조윤형·박영록·이기택씨는 30표에서 80표까지 층이 많이 난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같은 바탕에서 이철승 대표측은△고흥문계△김재광계△류치송계△이충환계△화요회△이기택계 등과 제휴가 가능한 것으로 잡고있다. 잘하면 비당권파 단일후보 추대과정에서김영삼파와 틈이 벌어진 정해영계의 일부까지 홉수할 수 있다는 계산.
이중 가장 비중이 높은 쪽은 약 80표를 끌어 안고있는 고흥문계. 고씨에게 국회부의장 지명이 떨어진 점, 고씨가 당권경쟁에 뛰어들지 않은 점등으로 미루어 친이몰표의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이 있다.
다음 전당대회가 열리는 81년에 어떻게 하겠다는 「약소」도 은밀히 주고받을 수 있고 혹은 당3역이라고 하는 사무총장·원내총무·정책위의장직을 흥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밑도끝도 없는 얘기지만 고씨 계의 제문식의원 같은 사람은 벌써부터 사무총장적임자란 평판이 그럴싸하게 나돌고있다.

<20여표는 변함없는 맹우>
김영삼씨 측에선 반이승철 세력전부를 망라하여 연계망을 넓게 잡고있다. 김씨 측이 규정하는 반이세력은 일단 당권도전에 나선 모든 세력이 그 범위. 조윤형씨와는 1차 다득표자를 밀기로 거의 공개약속이 되어있고 신도환씨와도 22일 만나 어떤 반이「라인」구축문제를 논의했다. 그래서 김·신·조씨간에는 1차의 다득표 고지를 노린 경쟁이 치열하여 이들간의 1차 득표순을 점치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20여표를 좌우할 이민우씨는 변함없는 김씨 맹우.
김영삼씨 측은 또 고흥문계 80표의 향배에 몹시 가슴을 태우면서 한 때 김-고「라인」으로 밀월했을 때를 들추고 있으며 조윤형씨는 그의 선친 조병옥 박사 그늘에서 고씨가 성장했다는 점을 들어 또 한 가닥의 기대를 걸고 있는 상태.
신도환씨는 김영삼씨와 1차 득표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반이세력중 최다득표를 하면 金씨를 비롯한 당권도전파를 묶어서 결선투표에 나설수 있다는 자신에 차있다.
김씨나 신씨측은 조직표 보다는 반이철승 감정이 대의원들의 마음에 불을 질러 대세가 기울어지기를 바라고있다. 이밖에 과거 당활동을 했던 거물 당외인사의 측면지원도 기대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당외사람이 영향을 미칠 「골수표」가 1백여표는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뛰어보고 막문 처리하자>
연계작전은 상부작전과 하부작전으로 나누어진다. 중진간의 접촉을 상부작전, 밑둥우리끼리 오랜 친분으로 어울리는 것을 하부작전이라고 부른다. 야당성 회복투쟁 동지회·원외 동지회 등 원외 세력들이 서로 어울리며 반이철승 연합전선 운운하는 것이 하부작전의 실예.
이들은 1차전에서 뛰고 2차전에서 막문처리를 잘하자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연계만이 당고의 문을 여는 유일한 열쇠는 아니다. 이탈표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계로 바람을 잠재울 수도 있고 바람을 탄 화공이 연계를 불살라버릴 수도 있다.
신민당에는 결국 「변수」가 많아서 과연 누가 당권을 잡을 것인지 아직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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