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 피고인은 항상 불리하다-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성 판사 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우리나라의 형사재판은 ▲비민주적인 법정 구조 ▲법정에서의 피고인 신체구속 ▲높은 구속영장 발부율 ▲낮은 보석율 ▲법관의 「타협 판결」 등으로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성 판사가. 법관 연수용으로 발간한 『형사 법정의 운용실태와 그 대책』이란 조사자료에서 밝혀졌다. 서 판사는 현재의 형사법정이 형사소송법의. 규정과 정신에 크게 어긋나게 운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관계규정의 개정·법관의 반성 등을 촉구했다.
◇법정구조와 법정에서의 신체구속-대부분의 형사피고인은 검사보다 한단 아래 위치에서 선채로, 때로는 수갑을 한쪽 손에 찬 채 재판을 받고 있다. 형사소송법(280조)은 『공판정에서 피고인의 신체를 구속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모든 공판조서가 피고인이 신체의 구속을 받지 않고 출석한 것으로 적혀 있으나 실제로는 수갑을 채운 채 진행하고있다.
구미의 법정구조는 판사만 피고인보다 높은 법단에 자리를 잡을 뿐 검사·변호인 피고인의 좌석이 모두 대등한 위치에 마련돼 있으나 우리나라 법정구조는 판사가 제일 높은 법단에, 그 한단 아래에 검사와 변호인이, 또 그 아래에 피고인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의 「공판정에서의 좌석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높은 구속영장 발부율=법관들이 검사가 요구하는 구속 영장의 94% 정도를 발부하고 있으며 6%정도만이 기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구속 피의자 가운데 25%정도가 기소단계에서 검찰에 의해 불구속 처리되며 기소된 피고인 가운데 30%정도만이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고 나머지는 무죄 또는 집행유예·벌금형·선고유예 등으로 풀려나고 있어 법관들은 인신 구속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보석=구속피고인 가운데 5∼6% 만이 보석을 신청하며 신청자중 5∼6%만이 보석허가를 받고 있다. 보석 제도에 대해 피고인이나 법관들의 인식이 부족하다.
또 일부 법관들은 보석신청을 받고 허가여부를 결정하지 않은채 보류, 피고인들이 항고할 수 있는 기회를 뺏고 있다.
◇무죄판결 기피=법원은 오래 전부터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의심스러울 경우 당연히 무죄판결을 선고해야할 것임에도 불필요하게 재판을 연기하든가, 아니면 벌금형·선고유예 등 이른바 「타협 판결」을 내려 피고인을 무마시키려는 사례가 있다.
유죄(실형·집행유예·선고유예 등)선고율이 1심 법정의 경우 99·7%, 2심 법정은 99·5%로 법관의 안일한 자세가 우려된다.
또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을 거부하거나 심문하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는 답변을 할 경우 검사나 법관은 간혹 심한 소리를 하거나 신경질을 부리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