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경제민주화 진척된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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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사진) 전 의원이 27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워크숍에서 ‘한국정치,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였던 김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총괄했지만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와 폐기에 반발해 지난해 말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이날 강연엔 대선 때 박 대통령과 맞붙었던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대표도 참석했다.

 김 전 의원은 강연에서 “우리 정당들이 유권자들을 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상황 인식을 잘 못하고 있다”며 “옛날식으로 선거를 이기기 위해 적당히 구호를 내세우고, 이기고 나면 구호는 사라져버리고, 이렇게 되면 다음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제민주화가 무슨 괴물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야수와 같은 자본주의 시장이 정상적이고 공정하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정부가 틀을 짜주지 못하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대해선 “내가 볼 때 아직 진척된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불렀다. 전날 정홍원 총리의 유임 결정이 있기까지 김 전 의원은 총리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었다. 그런 그가 야당 강연에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IT) 완화 정책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서도 가시 섞인 발언을 쏟아냈다. “그걸 푼다고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는지 (최 후보자가) 취임하고 나면 상황을 제대로 점검하고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LTV와 DTI는 양면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부동산경기 활성화는 까딱 잘못하면 투기 쪽으로 변질하는데 그때 가서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는 말도 했다. 강연을 마친 후 김 전 의원은 기자들과 잠시 일문일답을 가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였는데.

 “대통령 되시고 난 다음에는 나하고는 관계없다.”

 -정부의 인사시스템을 어떻게 보나.

 “관심 없어서 이야기 안 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정책에 대한 비판이 많다.

 “현 부총리는 별로 경제정책 한 게 없는데 얘기할 게 뭐 있나.”

 -차기 총리 후보자로 거론되는데.

 “나는 그런데 관심이 없어요.”

 이번 강연은 김 전 의원과 친분이 있는 박영선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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