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8) 제64화 명동성당 - (8)낙현성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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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낙현성당은 명동성당과 같은 설계자인 용왕(J,coste) 고 신부에 의해 설계되고, 또 명동성당에서 분할되어 세워진 성당으로서 명동성당과는 여러모로 관계가 깊다.
한불조약 후 서울의 천주교 신자는 그 수가 해마다 늘어났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교회에서는 이미 서울 문밖 수렛골(지금의 순화동)에 집 한채를 사서 교리강의소로 써왔는데 이곳은 일찌기 순교자들의 피로 물들여졌던 「서문밖 네거리」바로 북쪽이다.
서문밖 네거리는 1839년 기해년박해 때 40여명의 천주교신자가 참수당하고 순교한 곳이며1866년 병인년박해 때도 3명이 또다시 참수당하고 순교한 한국천주교회사상 잊을 수 없는 곳이다.
이 순교지 가까이에 있는 수렛골에 천주교 교리강의소를 둔 것은 그만한 뜻이 있었다.
이 교리강의소는 해가 갈수록 신자들이 늘어나 1890년엔 그 수가 9백50명이 넘게됐다. 5백86명에 불과한 문안의 종현본당보다 많은 수였다.
당시 조선교구 교구장은 백 주교였는데 백 주교는 그때까지 자신이 직접 맡아보던 종현본당을 두세(Doucer) 정 신부에게 위임하고 교구장으로만 있다가 얼마 후에 별세했다.
백 주교의 후임으로 조선교구 제8대 교구장으로 뮈텔(Mutel) 민 주교가 부임한 것은 1891년이었다. 새로 부임한 교구장에게 정 신부는 종현본당을 분할해서 문밖에 새 본당을 세울 필요성을 설명했고, 이에 민주교도 문밖의 교우(신자)들을 위해서 마땅히 새 중심지를 만들어야겠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이렇게 해서 1891년 문밖에 새 성당을 세울 것에 합의, 이 창설 책임이 정 신부에게 떨어졌다.
1892년에는 정 신부가 낙현본당의 초대 본당신부로 임명됐으며, 그 이전에 이미 비밀로 사두었던 낙현(지금의 중림동)언덕에 있는 김군선의 밭 50여평과 여기에 인접된 땅을 더 사들여 성당 건축부지를 확보하고 있었던 터라 성당건축준비는 거의 완결돼있었다.
그런데 추가로 사들인 인접부지에 서 있던 가옥철거작업 때 말썽이 생겨났다.
이 땅은 그때 상중이던 서 모의 소유였는데 그가 자기 땅을 팔려고 내놓은 것을 교회에서 그 일부를 사들였던 것이다. 사들인 대지 안에는 가옥도 있었는데 이 가옥의 철거 때 말썽이 난 것이다. 말썽은 서 모의 친척들이 가옥을 철거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항의한데서 발단됐다. 말썽은 커져서 그때 이 가옥의 철거를 청부맡았던 김영신의 아버지 김만보가 잡혀 형조에 갇혔으며 미구에 김영신도 잡혀가 함께 갇혔다. 그 때문에 가옥철거작업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이 말썽을 일으킨 저의는 서 모의 친척들이 교회에서 돈을 뜯어내려 한데 있었는데 여기에 형조판서가 그들편에 가담함으로써 사건이 확대되고 악화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결국 민 주교가 중간에 나서서 프랑스공사에게 사건해결의 협조를 의뢰했으며, 이 의뢰를 받은 프랑스공사가 교섭을 벌여 외무독판의 중재로 사건이 해결돼 다시 철거작업이 계속됐다.
이같은 소동을 겪은 뒤 1891년10월27일 성당의 정초식이 거행됐고, 공사도 순조롭게 진척돼 착공 1년만에 고딕식의 성당이 완성됨으로써 우리 나라 최초의 양식 성당건물이 낙현언덕에 세워지게 됐다.
그러나 성당의 강복식은 그후 1년이 지나 비로소 거행됐다.
그것은 프랑스에 주문했던 성당종이 그때까지 도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신부들의 가을 피정을 계기로 신부들이 모두 모일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1893년9월25일 드디어 낙현성당의 강복식이 성대하게 거행됐는데 아담하고 아름다운 네오·고딕 성당의 둥근 천장 밑에서 처음으로 갖는 미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은 감격에 벅차있었다. 「성당」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성당이 비로소 우리 나라에 생겨났으며 교회의 장엄한 전예가 건물분위기에 잘 어울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낙현성당은 발전을 거듭해서 낙현본당산하 공소 중에서 1901년 고도이며 상업중심지인 송도(지금 개성)가, l905년에는 행주가 각각 본당으로 승격됐다. 1932년에는 영등포본당을 그 산하에서 분리, 독립시켰으며 해방 후에는 잠실 신용산 후암 아현 서대문 청파동 등 여러 본당을 분리, 독립시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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