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교훈 심종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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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평생을 나무와 같이 살다보니 나무에서 배우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나무는
생물이기 때문에 사람과 똑같이 활력을 가지고 있다. 종자를 뿌리면 어린 싹이 나와서 이것이 점차
자라 큰나무도 되고 꽃이 피어 다시 결실을 하고 종자를 생산하여 대를 이어간다.
나를 만나는 외국 친구들은 곧 잘 이런 질문을 한다.『당신의 전공은 임학인데 어떻게 <이런 직책
>(총장직을 뜻하는 듯)을 맡아 보느냐』고.
그럴때마다 나는 『가꾸고 책임을 지는데 있어서는 나무의 경우나 사람의 경우나 다를 것이 있겠
는가. 나무를 심고 가꾸기를 좋아하다 보니 서로 통하는 점이 있어 사람을 가꾸고 기르게 된 모양
』이라고 말한다. 새싹이 큰 재목이 되고 훌륭한 꽃이 피도록 하려면 여기에 알맞도록 가꾸어야
함은 물론이다. 어릴때부터 비료가 모자라면 비료를 주고 물이 모자라면 물을 주어야하며 병충
이 붙으면 이것을 방제해야한다.
이따금 솎아주어야 하고 가지가 많으면 잘라주어야 하며 세심한 마음가짐으로 마치 어린아이를 가
르치듯이 다루어야만 우리가 원하는 나무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람을 길러 가
꾸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산 교훈을 나는 배운 셈이다.
교육은 바로 가꾸는 일이다.
가정을 통하여 사회를 롱하여 또는 정규의 학교교육을 통하여 사람을 가꾸어 기르는 것이 바로 산
교육이다. 어렸을 때는 가정에서, 좀 크면 학교에서 또는 사회에서 사랑과 인내를 가지고 내 아들
이나 남의 아들 할 것 없이 나라의 보배인 아들 딸을 잘 길러 가꾸어야할 줄 안다. 이러한 일을
일부 교육자만의 임무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인 것 같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교육은 마치 학교에서만 맡아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생기면 그것은 온통 학교에서 잘못한 것 같이 그 책임을 묻는다. 물론 학
교에서 책임을 져야할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너무나 일방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일이 많다.
나무를 가꾸어 바라는 대목이 되고, 보고자 하는 꽃이 피도록 하려면 수많은 손을 거쳐야 하고
그때마다 알맞은 손질을 하여야만 하는 산 교훈과 같이 사람을 가꾸어 길러내는데도 여러 단계를
거쳐 이에 알맞는 손길이 가야만 비로소 기대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따라서 홀륭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다 같이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배대총장><약력> ▲1917년 전북금제출생▲일본구주제대·미「예일」대 졸업, 농학부사▲농림
부 산림국장·서울대농대학장·학생처장·학생문제연구소장역임▲저서 『임학개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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