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헌장 「세미나」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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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어린이의 기본적인 복지문제를 담은 어린이헌장의 문제점을 제기한 색다른 「세미나」가 23일 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열렸다(도서출판 예림당 주최) .
어린이 헌장이 아동문학가인 마해송 강소천씨에 의해 기초되어 공식으로 인정, 공표 된 것은 지난 57년. 그러나 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낮아 누가 만들었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매우 많다(「전혀 모른다」26.3%)는 것이 최구열 교사(중앙대부속국교)가 학부모 6백80명을 대상으로 한 「앙케트」 조사 결과다.
또한 어린이헌장은 자칫 어린이 자신에게 주는 헌장인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어린이를 위한 어른의 헌장이라고 김영일씨(한국아동문학회 회장)는 강조한다.
또한 김씨는 어린이헌장은 ①어린이 권리존중 ②어린이의 사회복지 실현 ③어린이의 정신적 성장 ④어린이의 인류애 신장을 담고있는데 어린이로 하여금 이 나라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정신자세를 갖는 항목을 덧붙여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헌장의 문제점은 전문과 9개항의 문장이나 문맥구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헌장정신의 이해와 헌장의 인식·보급·준수에 있다고 유경환씨(아동문학가) 는 말한다. 따라서 한국 어린이가 헌장에 담겨있는 정신을 하나의 권리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경용씨(아동문학 평론가)는 어린이 헌장내용이 한국의 특수성과 고유의 전통, 그리고 성공충효 사상 등을 담지 못해 국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딱딱하고 부정적인 표현 등으로 시대감각을 저버렸다고 밝힌다. 현존 어린이 헌장은 1항부터 7개항까지가 어린이를 위한 어른의 의무규정이고 8항과 9항은 어린이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일깨워야 할 정신적 지침이라는 것이 박씨의 분석.
따라서 어린이를 수동적인 위치에 세워둘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어른과 어린이의 공용헌장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원시씨(한국아동문학가협회장)는 어린이헌장의 미온적인 내용만으로는 노동과 지나친 학습 등의 아동혹사, 조악한 장난감과 불량 아동식품 등 각종사회의 위험에서 아동을 보호할 수 없으므로 시대에 맞는 어린이 운동을 전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춘호씨(예림당 대표)는 헌장을 널리 보급하는 일은 그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첩경이라고 강조하면서 그 방법으로 어린이 도서와 성인용책, 신문 등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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