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보수공사의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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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든 교통수단에서 안전문제를 소홀히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공로수송은 물론, 철도·해운·항공·고가삭도등 모든 교통분야에서 정비, 점검등 안전수칙이 쉴새없이 강조되는 것도 이때문이라 하겠다.
그런데 철도용「레일」의 마모부분에 대한 보수업무를 맡은 회사자체가 스스로 부실공사를 하고 있었다는 소식은 다만 아연할 뿐이다. 그동안 우리 주변에서 보아온 충격적인 부정·부실사례는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이번일만은 대중교통의 주종을 이루는 철도의 「레일」보수에서 빚어졌다는 점에 더욱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공사부실의 기술적인 문제점이나 후유증의 구체적 실례에 대해서는 현재 정밀한 검사가 진행중이어서 차차 밝혀지겠지만 만일 이같은 부실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단정한다면 그 피해 정도가 얼마나 끔찍한 것이었을까 상상만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 년간의 철도사고는 대형화의 경향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철도사고는 74년에 1백53건발생, 7백13명이 사망한데 비해 78년에는 93건이 발생, 7백60명이 숨졌다.
이는 사고발생 건수는 39%가 줄었으나 사망자는 오히려 6%가 늘어난 것으로 74년의 철도사고 1건에 4.7명이 희생되던 것이 78년에는 8.2명으로 크게 늘어났음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철도차량이 우리보다 7.6배나 많은 일본이 74년이후 철도사고(발생 및 사망자)를 25%가량 줄이고 있으며 77년기준 사고1건에 사망자가 0.25명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와 심한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실정인데도「레일」보수를 맡은 업자가 독점기업임을 기화로 몇해동안 계속해서 부실공사를 해왔는데도 감독관청인 철도청이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뒤늦게 수사당국에 의해 적발됐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가.
여기에는 우선 몇가지 복합적인 부정의 요소가 결합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필요한 자재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았거나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부분에까지 손을 대는등 원초적인 부실공사외에 관계공무원과의 결탁으로 원천적으로 사고원인들을 은폐시킨점 등을 들 수 있다.
이회사는 66년이래 철도청과 독점계약을 맺어왔고 최근 5년간의 발주 총액이 20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채 은폐된 부정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한다.
차제에 우리는 비단 이번 사건뿐 아니라 대중교통수단과 관련하여 있을 수 있는 모든 부실공사를 철저히 밝혀내는 것은 물론 관련기관과의 연루 내지는 공모혐의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한다.
현재 국내생산이 안되는「레일」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철도청은 따라서 기술개발에도 주력하여 이같은 부정과 부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기술상의 감리능력을 길러 모든 철도공사가 한치의 차질도 없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지난해의 괴곡「터널」 붕괴사고나 이번 사건의 책임의 태반이 철도기술상 감독불충분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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